brunch

매거진 서평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22. 202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구소희 씀

인디언 연설문집


류시화 / 더숲 / 2017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함께 읽으실 분!!


  페친인 박미정 선생님이 함께 책을 읽을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 책이 뭔지 알아보지도 않고 덥석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나중에 책을 받아보고 ‘아차!’ 싶었다. 두꺼운 벽돌책이었는데 게다가 수필류였기 때문이다. 수필은 내가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이 책과 만날 수 있었다. 


  카톡방에서 두 달여를 하루에 한 챕터씩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중간중간에  위기가 오기도 했고 바쁠 때는 한참 쉬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900여 페이지를 마무리했다. 중간에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책 첫 페이지의 “미타쿠예 오야신-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문장과  단톡방에서 매일 읽고 단상을 남겨주시는 분들 덕분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10살 무렵 주말의 명화를 좋아했다. 영화를 더빙하여 텔레비전으로 방영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집에 VCR기도 없고 극장에 가는 것도 녹록지 않던 시절이었으니(아주 옛날, 1980년대 중반이었다)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서부 개척 시대’는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개척’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듯 서양인 중심의 시각이 그려졌다. 유럽인들이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 위해 카우보이들이나 군인들이 인디언들과 전투를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당시 10살 전 후의 나이였던 나에게 영화 속에서 그려진 인디언들은 게으르고 탐욕적이며 호전적인 모습으로 남았다. 게다가 무시무시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머리 가죽을 벗긴다고도 했으니...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며 인디언의 역사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라는 이름 붙이기 전부터 인디언들이 살던 터전이었다. 우연히 인도를 찾아 나선 유럽인 무리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얼굴 흰 자들은 총과 병균 그리고 종교를 앞세워 쳐들어 갔다. 이 얼마나 오만한 발상인가? 

  넷플릭스의 빨강머리 앤에서는 인디언 아이들을 강제로 가톨릭 교회가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부모에게 빼앗아 개종을 강요하고 학대하여 수만 명의 아이들이 죽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1990년대 중반까지 자행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가?  


  세상의 모든 종교의 기본은 ‘사랑’이다. 그런 종교를 앞세워 ‘야만인’을 개종시킨다는 대의명분 하에 사람들을 죽이고, 영토를 빼앗고,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로부터 분리하고 학대하는 데 사용되었다. 종교는 죄가 없다. 그것을 권력으로 휘두르는 인간의 문제일 뿐...


  이 책의 저자는 류시화 시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들은 그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다듬은 이야기이다. 류시화 시인이 아메리카 인디언 역사에 남을 41편의 유명한 연설을 모으고 그 뒤에 해석을 더하였다. 또 인디언들이 남긴 짧지만 강한 어록을 뒤에 덧붙여 두었다. 


  중간중간 인디언들의 생활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이 있다. 이것은 평생 인디언의 삶을 촬영한 에드워드 커티스라는 분의 작품이라고 한다. 류시화 시인은 이 책을 위해 15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했다고 한다. 1993년 처음 발간되었으며 2010년에 절판된 이후 2017년에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어떻게 공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 시애틀 추장
이 대지 위에서 우리는 행복했다 | 빨간 윗도리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 시애틀 추장
인디언의 영혼 | 오히예사
이해할 수 없는 것 | 오히예사의 삼촌
고귀한 붉은 얼굴의 연설 | 조셉 추장
평원에서 생을 마치다 | 열 마리 곰
내 앞에 아름다움 내 뒤에 아름다움 | 상처 입은 가슴
말하는 지팡이 |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추장
대지가 존재하는 한 | 테쿰세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텐스콰타와
대지를 사랑한 것이 죄인가 | 검은 매
콜럼버스의 악수 | 쳐다보는 말
말과 침묵 | 서 있는 곰
가난하지만 자유롭다 | 앉은 소
당신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 메테아
강은 이제 깨끗하지 않다 | 명사수
나는 왜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는가 | 어느 인디언 여자
이름으로 가득한 세상 | 느린 거북
우리는 언제나 이곳에 있었다 | 샤리타리쉬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붉은 구름
자유롭게 방랑하다 죽으리라 | 사탄다 (중략)


  41개의 연설문이 들어있다. 다루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구판 버전으로 읽었다

  인디언은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에서 자랐다. 대지 전체가 학교이며 교회였다. 그들에게 종교는 삶 속에서 홀로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도였다. 대지는 대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강은 강대로 처음부터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 태어나 살며 늘 고마움을 전하고 살았다. 


  갑자기 얼굴 하얀 그들이 들어오며 보호를 명분으로 그들을 내치고, 거래를 하자고 하고는 죽이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했다. 그들은 인디언들이 미개하다며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였다. 그들은 어머니인 대지의 자연을 훼손하고 길을 내고 건물을 짓고, 자연을 훼손했다. 자연과 늘 함께 살아가던 인디언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삶의 터전을 다른 이들로부터 약탈당하는 인디언의 역사는 우리의 일제 강점기의 모습과 유사하다. 


  900여 쪽의 이야기에서 밑줄 긋고 수집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인디언들의 연설이 류시화 시인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다듬어져 한 줄 한 줄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을 빠르게 읽으면 책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하루에 1~2 챕터 정도로 나누어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를 권한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것 중 일부를 소개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 인상 깊은 문장들

...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것도 있는 나를 보고 부족의 어른은 내가 올바른 방법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는가를 물었다. 나무에게 허락을 구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잘랐는가? 나무에게 … 감사의 표시를 했는가?.... 그 어른은 나를 데리고 나무에게로 가서 가지가 잘라진 부분을 만지게 했다. 그리고 무엇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내가 축축한 것이 느껴진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것은 나무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자연에게 무엇을 취할 때는 반드시 그 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일깨웠다. <인디언의 혼을 갖고 태어나> 중에서 

...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다.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판단 말인가」>중에서

... 사냥을 나간 인디언은 너무도 아름답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서 말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런 것들과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예배하는 자세를 갖추곤 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은 종교적인 마음과 깊은 관계가 있다.  <미타쿠예 오야신>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