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어떤 매체에 기고를 하려고 했다가 활자화 하기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되어 기고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글을 사장시키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있어서 이 글을 저의 브런치에도 올려 드립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아 참조만 하시길 바랍니다(2011년도 글).
아직 취업시즌은 아니지만 어떤 법인이 좋으냐, 아니면 어떤 곳을 피해야 하느냐 라고 물어 보는 후배님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나는 '연수원 성적이 어떠하냐.'라고 직설적으로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와 같은 질문은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지원자가 선택의 폭이 넓은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 질문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취업시장은 연수원 성적에 의하여 상당히 좌우되고 지원자 우위 시장이 아닌 수요자인 법무법인 내지 법률사무소(이하 법률사무소, 법무법인의 정의를 떠나서 그냥 ‘법인’이라고만 합니다) 우위 시장인데다가 면접 기회조차 얻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사실상 ‘완전경쟁’이 돼 버린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그리고 당연히 선호되는 법인은 물론 흔히 '메이저 법인'이라고 불리는 대형 법인입니다. 어디까지가 대형 법인인지 섣불리 단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필자가 이 글을 쓰고자 한 취지도 '어떻게 하면 대형법인에 갈 수 있느냐'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어떤 대형법인이 대우가 어떠하며 얼마를 받느냐'에 대해서는 매번 변호사 간에 (필자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논쟁이 있고 위와 관련된 주제의 글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대부분 취업 시장에 공급되는 법인은 대형법인과는 별개입니다.
필자는 그 나머지(어감이 좀 이상하긴 합니다) 법인 중에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아닌 어떤 법인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주로 서술하고자 합니다. 적지 않은 경우가 저의 전문(傳聞)과 일천한 경험에 따른 것이어서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먼저 어렵게 면접 기회를 얻어서 갔건만 인터뷰어가 대표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본다면 두말없이 바로 되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요사이 비변호사(非辯護士)가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변호사법위반입니다. 비변호사(非辯護士)가 변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곳은 다음과 같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대표 변호사는 (이미 왕년에 적지 않은 돈을 벌었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변호사 업무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를 상당 기간 보필하던 사무장에게 법인 영업 및 심지어 변호사 면접까지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사무장이 변호사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우도 많고 사건도 사무장이 가져온, 흔히들 깡치라고 부르는 사건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심지어 사무장의 자문 회사인데 변호사의 이름을 빌리기 위해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인의 구성원이 자주 바뀌는 곳은 유의해야 합니다. 이런 법인의 경우 대표 1인 독선적 회사일 경우가 많아서 손익계산에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파트너 변호사도 별도 없고 파트너 변호사도 자주 바뀝니다. 이런 경우 회사 운영뿐만 아니라 소속 변호사를 대하는 태도로 비슷하기 때문에 소속 변호사도 자주 바뀝니다. 어떻게 파트너, 소속 변호사가 자주 바뀌는지 확인하는지는 그 회사 홈페이지 변호사 구성원과 현재 변호사 구성원이 상당 부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변호사가 바뀌기에 홈페이지를 계속 업데이트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브로커 쓰는 법인은 유의해야 합니다. 일단 브로커는 사건이 수임되어야 그 중 일부를 떼어 받을 수 있기에 법인에서 상담받기 전에 ‘무조건 된다’라고 설득당한 경우가 많아 결과가 안 좋을 경우 심한 컴플레인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고 그만큼 깡치 사건도 많습니다. 의뢰인은 돈을 브로커에 준 것이 아니라 법인에 주었고 사건 수행도 대부분 대표 변호사가 아닌 소속 변호사와 진행하였기에 결과가 안 좋은 경우 엄청난 후폭풍과 시달림은 ‘법인’의 ‘소속 변호사’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브로커가 여전히 적지 않은 분야는 형사 사건, 손해배상(자동차) 분야, 무슨 조상땅 찾기 전문 등등인데 이러한 사건들을 많이 하는 법인일수록 브로커가 법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나라한 현실을 까발리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형사사건의 경우 사건 소개 단계가 몇 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법인에 귀속되는 수임료 비율도 그에 상응되게 적어집니다. 형사 사건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의뢰인이 수임료를 돌려 달라는 경우도 많은데 이 때 워낙 많은 단계에서 수임료를 떼어 주었기 때문에 법인 입장에서는 온전히 수임료 전액을 돌려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의뢰인은 대표변호사나 파트너 변호사(전관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가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애꿎은 소속 변호사에게 진상을 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후배 소속 변호사와 술자리를 할 때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진짜 말도 되지 않는 사건을 수임하면서 대표 변호사 내지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 처리와 법정 출석을 온전히 소속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소속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일수록 준비서면이 잘 쓰이지 않을뿐더러 미간을 찌푸리는 판사 앞에서 자존심도 상합니다. 대표 변이 미워질 수밖에 없고 법인을 옮기도 싶은 마음도 자주 들 것입니다.
정치인 출신의 변호사 밑에서 일하는 것은 유의하여야 합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도 이른바 지역구 주민의 민원성 사건이 많습니다. 그러나 의뢰인들은 그 변호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믿고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는 반면 실제적으로는 그러한 영향력이 거의 없거나, 있다 하여도 그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이러한 분들은 기관(공사 등)을 자문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 반복적이고 소가가 소액인 경우인데 법정에는 자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속 변호사를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속 변호사에게 법무법인 구성원 등기를 강요하는 법인 또한 유의하여야 합니다. 저의 동기 변호사의 경우, 봉급을 받는 소속 변호사임에도 법무법인 구성 성원(개정 전 변호사법에 의하면 구성원은 5명이상이어야 했습니다)을 위하여 외견적으로 지분을 가지는 구성원 변호사로 등재되었는데 대표 변호사의 개인적 채무로 소속 변호사의 봉급을 물론 법인 임대료가 몇 억 이상 연체되자 임대인이 그 법인 구성원 변호사 모두를 상대로 연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등기된 변호사 각자가 몇 천만 원 대로 밀린 임대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정되어 졸지에 대표 변호사가 부담하여야 할 채무를 소속 변호사에 불과한 동기가 책임을 지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무늬만 법무법인에 들어가서 낭패를 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는 유의해야 할 법인이 아니라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에 가까운) 선택의 문제인데 처음부터 특정 사건만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부띠크 법인부터 시작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법조계의 화두가 전문화이지만 처음부터 이 길만이 내 길이다, 그 분야에 이미 경험이 있어 상당히 전문력과 영업력을 발휘할 것 같다는 확신이 없는 한, 한 분야만 하는 것보다는 그야말로 다양한 집행, 등기 등을 포함한 민사 전반, 가사, 형사 등을 어느 정도 다루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어떤 분야에 적성이 많고 어떤 분야가 맞지 않는지 알 수 있고 변호사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이전에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되돌려 읽어 보니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디 어디 들어가지 말라는 데 그러면 어디에 들어가라는 말이냐’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요. 가령 정치인 출신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는데 이 분들은 변호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즉 사람 다루는 것과 인적 네트워크를 늘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즉 이런 면들을 잘 지켜보고 배운다면 어느 법인보다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무장이 득실대는 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변호사의 귀결은 개업인데 어떻게 사무장을 대하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을 미리 배우는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전제에는 사건에 떠밀려 서면만 쓰는 변호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사무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가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선배 변호사가 수임은 어떻게 하는지 눈을 번뜩여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의해야 할 법인’은 법인 내부적인 사항인데 어떻게 갓 신입 변호사 내지 법인 지원자가 알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언급할 변호사의 가장 큰 덕목 중 ‘적극성’과 ‘정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만 5년간의 소속 변호사를 거쳐 개업을 한 필자에게 잘 모르는 후배님들이 전화해서 몇 번이고 찾아 온 적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바빠서 귀찮을 때가 있었지만 그 후배님들이 대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취업시즌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보다는 평소에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선배 변호사를 찾아 변호사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의뢰인과의 관계와 동료 변호사들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합니다.
요즘 경력검사, 경력 판사를 뽑을 때 평판 조회를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저 친구가 어떤 친구인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일의 처리능력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어떤 친구인지, 인간성이 어떤지 미주알고주알 물어본다고 합니다. 부장 검사가 동기뻘 정도 되는 파트너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어떠냐’라고 아주 노골적으로 물어 본다고 합니다.
점차 법조일원화가 될 것인데 이런 의미에서 고독히 혼자 기록을 파고 있는 것보다는 변호사 간의 관계에서도 좀 더 희생하고 좀 더 적극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을뿐더러 자신의 커리어 관리를 위해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저와 무척 친했던 형이 변호사가 되면 그 때부터는 IQ의 문제가 아니라 EQ 즉 감성지수의 문제라고 한 적이 있는데 필자가 당시 무척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껏 누가 더 정답을 맞추느냐의 문제에 매달려 살았다면 이제는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를 더 중요시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지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신참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와 맞붙을 때 내건 구호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하였다 하는데 취업과 선택에 기로에 있는 신입 변호사님들께 '문제는 관계야, 바보야(It's the relationship, stupid)'(바보이기에는 누구보다도 훌륭하신 분들이지만)라는 말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