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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세미 Aug 08. 2022

함께 땀 흘리는 사이

매일 작은 성공을 이뤄보자

 둘째는 유난히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하다.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자신과 누나를 늘 비교해왔다. 둘째보다 3살이나 많으니 본인 관점에서 누나가 다 잘해 보이는 건 당연할 텐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작을 두려워하던 아이였다. 


 서너 살, 너 다섯 살 땐 뭘 그려도 낙서 같아 보일 법 한데 그것조차 시도하지 못해 "누나가~ 누나가 해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어릴 땐 동생이다 보니 누나에게 의지하는 건가 싶었는데, 한해 한해 갈수록 나아지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일곱 살 즈음에 남아들만 다닌다는 미술학원에 상담을 하고 오랜 기간 다녔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왕복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매주 1회씩 다닌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정한 이유는 아이의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 또는 스스로 해보기 프로젝트 즘으로 생각해본다. 처음 상담 때부터 아이의 상태를 상담했다. 원장님과 실장님께 고충을 이야기했더니 우리 둘째 같은 남동생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한 어려워하는 아이는 작품을 집에 가지고 가려고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도 있다는 것. 


 이것도 기질 차이겠지. 둘째라고, 누나가 있다고 다 그러지 않겠지. 미술학원에 다니며 공구도 이리저리 만져본다.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주도하여 매주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에 아이의 자신감은 부쩍 늘었다.




 매사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강한 첫째와 비교될까 둘째에겐 단어시험 성적이 3점일지라도 결과로 혼을 내거나 비교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인지 늘 웃으며 "엄마, 오늘은 2점~" "엄마 오늘은 5점이야! 정말 잘했지?" 하며 속을 뒤집어놓을 때가 많았다. 이 아이에게 너무 동기부여를 해주지 않았던가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어느 날, 첫째의 영어성적이 예상보다 높아 다들 축하를 해주었다. 학원에 다니고 첫 영어시험이기도 했고,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에 욕심이 없어 보이는 둘째라 신경 쓰지 않고 첫째 축하만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한동안 멈춘 것 같던 비교를 다시 시작했다. 누나는 잘하는데 본인은 못 한다고 속상해하는 것. 속상하면 열심히 하면 될 것을 그저 깎아내리기만 하고 있으니 엄마는 속이 참 답답하다. 성적으로 압박을 준 적이 없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10살이지만 막내라 그런지 가족끼리 게임을 해도, 운동을 해도 깍두기 같은 위치에 있을 때가 많다. 우리는 이 아이를 배려한다고 했지만 사나이 자존심 상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첫째가 배드민턴에 빠져 다 같이 치자고 졸라댔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고 오랜만에 한 게임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장비를 챙겨 우리 넷 네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생각지도 못 했던 둘째가 배드민턴 채를 들고 어떻게 하는 건지 관심을 보이며 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브를 알려주는데 한 두 번 하다가 안되니 "나는 죽어도 서브는 성공 못 할 거야"라는 말을 되뇌인다. 행동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말은 그렇게 해버린다. 꼭 하고 싶은데 혹시나 못 할까 봐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말인 듯 느껴졌다. 둘째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계속하더니 바로 그날 서브를 성공하고 티키타카 배드민턴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고 옷이 땀으로 다 젖어도 신나게 운동했다. 아이가 짜증 내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땀샤워를 했다. 우리는 배드민턴 메이트가 되었다.


 여전히 두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 공이 땅으로 떨어지지만 배드민턴 채에 공을 정확히 맞추고 반대편까지 날아갈 때면 우리는 짜릿함을 느낀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는데 땀 흘리며 운동하는 거 너무 행복하다. 늘 아이의 수준에 맞추느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아닌 진짜 함께 땀 흘리는 사이!



 "호둥아, 엄마 너무 못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아니야~ 엄마가 못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잘하는 거야! 괜찮아 엄마!"

크게 웃고 싶었는데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쪼꼼 한 게 으른 인척 하는 거 정말 우스운데 사나이 자존심 오늘도 지켜준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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