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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세미 Jun 22. 2022

고생이란 고생은

열 달 얌전히 있다가 나오는 게 힘들었니

 2010년 10월 15일 새벽 2시 15분. 큰 아이가 태어났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탄생이었다.

아이가 생기면 그냥 열 달을 뱃속에서 품다가 시간 맞춰 태어나는 줄로만 알았다. 초산은 예정일을 넘겨 태어나는 것이 대다수라는 정도의 임신 지식만 있었던 20대 초반의 나. 


 그다지 예민하지 않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임신 3-4 주령부터 매일 마시던 물 맛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하는 마음에 테스트를 해보니 두 줄. 그날부터 열 달 내내 입덧을 달고 살았다. 먹고 싶은데 못 먹어 힘든 마음은 겪어본 사람이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입덧만 끝난다면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반 송장처럼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임신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즈음에 조금 살만해졌다. 하루는 입덧이 완전히 없어져 이제 입덧이 끝나가는 모양이라고 너무 기뻐했다. 먹고 싶던 음식들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설레어 오는 순간, 왈칵.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다. 하필 주말인가 공휴일이었던가로 기억되는 그날은 당시엔 없던 말로 멘붕이었다. 신랑이랑 병원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을 가던 길.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지만 매일 가던 길도 잘못 들던 신랑 많이 긴장하고 놀란 모양이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고, 전면 활동 금지령을 명 받았다.


 태동을 느끼기 전까지 입덧이 없으면 너무 불안해서 눈 뜨면 입덧을 체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조금 괜찮다가 종일 누워있다가 종일 아무것도 못 먹다가 kfc 징거버거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가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갔다. 


 임신 후기가 시작될 즈음에 태동검사라는 것을 했다. 배에 띠처럼 생긴 기계를 두르고 아이의 움직임을 관찰했던 것 같은데 그 기계에 진통이 잡힌단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네? 아무 느낌이 없는걸요?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입원을 했다. 입원만은 피해보려 했지만 조산아가 되었을 때 겪는 고통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정말 힘들 것 같았다. 버틸 만큼 버텨야 했다. 그 길로 입원실에서 밥 먹고 화장실 갈 때 이외에는 병실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지켜내며 엄마가 되어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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