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원석 Nov 09. 2022

뭘 하려거든 재미가 1순위다

오늘도 내가 한 작은 기적은 밍기적



휴가를 냈다.

이 날은 웬일로 부모님도 안 계시는, 오롯이 나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었다.

유튜브, 틱톡, 오디오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일에 관심이 있지만 본가에 살기 때문에 막상 방문 닫아도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시작도 못한 채 끙끙거리기만 자그마치 1년. 그런 만큼 오늘 하루는 내게 자유롭게 주어진 몇 안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 기회였는데...


정작 뭘 하라고 내동댕이 처진 기분이었다. 막상 방문 닫고 이것저것 아이디어기획할 때는 '독립하고 싶다' , '차라리 혼자였으면' 하고 생각하는 날의 연속이었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기도 만만치 않았다.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네가 봐도 이건 좀 아니지 않니?'


그래. 난 날 속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요새 콘텐츠 관련 책들을 보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라고 조언하는 게 태반인데, 난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머리에 이런 말도 남겼었다.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보라고. 어쩌면, 그런 용기를 내세울 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크리에이터 일에 관심만 있고, 또 플랜은 무구히 세우면서, 실행은 하지 못 한채, 또 자책만 하다 자괴감에 빠지는 사이클에 날 가둔 셈이었다. 이를 어쩌나!






"뭘 하려거든 재미가 1순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답은 어떤 장편소설의 작가의 말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사실 이 작가님은 '뭐든 재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은 아니다. 인정 욕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시며, 정작 본인 역시도 독자들이 '재밌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1순위다. 그렇기에 본인도 인정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말을 남기셨다.


하지만 정작 나는 '재미'라는 단어에 꽂혔다. 뭐든 기회는 타이밍이라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내게 무수한 타이밍이 존재했다. 그때도 역시 부끄럽고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것이었다. 당시 아이디어 뱅크처럼 솟아나는 기획들을 살렸더라면, 지금 뭐가 바뀌었을까? 그러나 또 많은 생각은 금물이다. 과거에 잡지 못 한 기회들을 회고하느라 현재를 날리는 것 역시 미련한 짓이다.


자연스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넘어와 직무와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요새 하고 있는 일은 즐거운가? 재밌는가? 나는 어디서 재미를 찾고 있지? 이 일을 하고 어떤 뿌듯함이 존재하지? 작은 일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뜻을 찾고 싶지만 이러나저러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새는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이 전혀 즐겁지 않다. 왜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지 불평만 늘어가고, 10년 뒤 여기에서 계속 일하는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은 이렇게 방황하는데,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라고 안정적이려나?

 

요새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근로소득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작고 소중한 내 월급. 한 달에 딱 한 번 받는 그 월급을 위해 남은 평일을 몸 바쳐 일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건 변함없다. 하나, 이제는 내 '재미'를 찾아야겠다. 그것이 돈을 버는 재미든,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기쁘다는 재미든, 그 어떤 무엇이든. 나를 움직이게 하고 원동력이 되는 그 '재미'를 찾으러 무던히 애써야겠다. 더 이상 다짐만 하고 나 몰라라 내팽개칠 수 없다. 그건 결국 내 인생을 내팽개치는 꼴이나 마찬가지니.



작가의 이전글 신입도 이런 동료는 싫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