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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Nov 06. 2022

신입도 이런 동료는 싫어요

인사평가 시즌, 너만 평가하냐? 나도 평가한다!


벌써 11월이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연말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아닌 게 아니라 2023년과 관련된 마케팅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트렌드 2023도 벌써 발간되었다니, 나만 아직도 2022년에 머물러 있나 싶다. 그 뿐인가. 회사도 이제 2023년 연간 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왔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회사마다 인사평가 시스템은 다 다르게 이뤄지겠지만, 아무래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평가하는 것이 절대적일 것이다. 그럴 때면 난 억울하다. 나도 할 말은 많은데. 에 대한 건 제쳐두고, 태도에 대해 얘기하라면 나도 할많이다. 아주아주 많은데 어디다가 풀 데는 없어서 여기다가 쓴다. 만약 내가 태도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이 넷에 해당되는지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 같다.


1. 기분파


사실 이건 나를 포함해서 모두에게 포함되는 일일 것이다. "표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인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유독 피곤한 날이라든가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내려앉고 옆 동료가 말하는 가벼운 농담에도 대답할 힘조차 없다. 


그래도 유독 심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의 기분은 공기를 타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곧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마치 전염되는 기분마저 든다. 


특히 기분파 상사를 만나면, 그 밑의 부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뭘 하든 기분에 따라 제멋대로 반응하니, 부하도 역시 예민해질 수 밖에. 본인이 없는 날 사무실은 평화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려나.


2. 같은 말이라도 예쁘게

개인적으로 기분파보다 더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말이라도 더 예쁘게 할 수 있는데, 마치 상대방 기분이 좀 더 나빴으면 하는 바람에 대답하는 유형이다.(이건 의도를 했든 아니든, 상대방이 이렇게 느꼈다면 100% 그 사람 탓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바로 '강약약강'이라는 것이다. 내가 일단 이들보다 직급이 낮기 때문에, 편하고 만만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야 이X아, 똑바로 안 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거래처 사람에게 "너 왜 일 그따위로 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눈치 보지 않고 모두에게 이렇게 한다면 인정. 하지만, 아마 99%의 경우는 비빌 곳을 보고 눕는다고 직급이 낮거나 소위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왜 당신은 말을 이따구로 하세요?"라고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첫 번째는, 내가 이렇게 답문 했을 때 상대방이 버럭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그다음에 들릴 소문이었다. 회사는 소문이 정말 빨리 도는데, '또라이 같은 신입'이라는 소문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기에 참았다. 어떤 날은 진짜 그냥 지르고 낙인찍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을 정도로 화가 나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참고 넘어갔다. 그렇게 약 8개월. 이제는 도가 텄다. 이제는 이들이 모두에게나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약자만 가려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맘에만 들지 않으면 일단 시비 거는 말을 냅다 지르고 보는 것이다! 참 나도 간사한 게,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난 이제 이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왜 그렇게 당당하시냐고- 어올 때는 차례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순서가 없다. 이 좁은 한국 사회에서 나중에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와중에, 뒷감당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 어떻게 그들에게 돌아올지는 이들의 몫이다. 당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3. 꿀만 빠는 사람


보통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오더를 내린다. 안다. 그래서 대리급> 과장급> 부장급 순으로 일을 많이 한다는 사말이 떠다닐 정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꿀 빠는 사람은 '상급자가 오더를 내리고, 자신의 일이라도 매트릭스 총알 피하기처럼 일을 요리조리 피하는 사람'이다. 이걸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이건 나의 일이 아니라 너의 일-'이라고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요령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연히 당신의 직급에, 직무에 해야하는 일임에도 눈 뜨며 방관하는 건 정말 부당하다 느껴진다. 

네 일 대신 해주는 것도 한 두번이지, 어쩜 저리 얌체같다 느껴지는지. 


4. 네 개인사 안 궁금해요 


솔직히 회사 사람들이라고 친구들처럼 친해질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인 것 같다. 물론, 친구들과 만나는 것처럼 처음부터 편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회사에 있는 시간이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차지하니 회사 동료가 친해지면 곧 친구가 되고 그러는 건 한순간이다.


하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 사석이 아니고 업무 중이면 개인사는 제발 휴게실에서 해줬으면 하는 맘이다. 왜 업무 중에 당신의 아들, 딸이 택시를 탔는지 안 탔는지 통화를 들어야 하는지, 주말에 어딜 가서 놀았는지 A to Z를 알고 싶지 않다. 그냥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할 일 하겠다.라고 쌩깔 수는 없어 더 미칠 노릇이다. 응당 들었으면, 내가 제대로 잘 듣고 있는지 중간중간 체크하고, 리액션이라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피곤하냐고 나를 탓하는 반응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스몰 토크도 어느 정도지, 선을 넘으면 스몰 토크가 아니라 헤비 토크다. 여기가 카페인지 회사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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