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혈액형 대신 MBTI를 물어보는 시대가 자연스러워졌다. 심지어 요새 친구들과 대화하려면 자신의 MBTI를 아는 건 필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즈음 여러 가지 테스트가 참 많이 성행했던 것 같다. 친구들의 인스타스토리를 둘러보면 온갖 테스트들의 결과를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참 다양한 테스트가 있었는데, '애착유형 테스트'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때 여자친구를 사귀던 즈음이었는데, 여자친구에게 결과를 물어보니 '자기 긍정, 타인부정'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나는 '자기부정, 타인부정'이라는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그땐 그냥 이런 테스트가 있구나-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최근에 생각나서 오랜만에 애착유형 테스트를 다시 해보니 뭔가 나를 강타당한 기분이 들었다. 공포에 회피라니. 단어만 들어도 긍정적인 결과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선 나의 얘기를 꺼내기 전, 애착유형 결과는 총 4개가 있다.
1. 불안정-집착형(자신 부정 / 타인 긍정)
2. 거부 - 회피형(자신 긍정 / 타인 부정)
3. 공포-회피형(자신 부정 / 타인 부정)
4. 안정형(자신 긍정/ 타인 긍정)
회피형은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 거부형과 공포형이 있는데 사실 나는 심리학 전공도 아니라서 세심하게 알지는 못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인터넷에서 공포-회피형이라는 특징을 보면 나라는 사람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확해 어디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다.
- 혼자 있는 게 좋음
- 속 얘기를 하지 않음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낮음
-성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음
등등
어릴 땐 혼자 있는 게 편해-라고 나를 애써 달래 왔는데, 이제는 혼자 있고 싶지 않아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 각자 바쁜 삶 속에서 시간을 내고 만나야 되는 만큼, 누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서로 '내편'을 만드나 보다. 가장 쉬운 방법이 연애라고 하던데, 나는 그 연애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나는 연애가 힘들다. 정확히는 남을 사랑하는 게 힘들다. 상대방과의 연애의 온도를 맞춰나가는 게 벅차다.
일례로 썸을 탈 때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혹여라도 나와 같은 공통점이라던가, 대화할만한 주제의 물꼬가 트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하루종일 날밤이 새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정작 막상 사귀고 난 뒤, 상대방이 나에게 모든 걸 오픈하면 그때부터는 당황한다. 어? 우리 아직 이 정도까지 관계는 아닌데.. 나는 마치 들으면 안 될 걸 들은 사람처럼,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암울하고, 어둡고, 속 깊은 얘기를 들을 때면, 물론 앞에서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속으로도 진정으로 위로해 주나.. 뒤에서는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즉, 내가 스스로 설정해 놓았던 친밀한 관계 선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 부담스러워진다. 왜, 아이유 노래에서도 이런 가사가 있지 않은가?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beep - 아이유 삐삐-
이런 실정이니 사실 금사빠 금사식임을 일정 부분 동의한다. 어릴 때는 그저 얼굴만 보고 나 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정작 3일 뒤에는 혼자 마음을 접기 마련이었으니까. 한창 때는 이렇게 금사빠, 금사식이라서 연애는 제대로 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마저 사치인 실정이다.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쉽지 않고, 상대방을 좋아해도 제풀에 지쳐 혼자 마음을 정리해 놓는 나. 연애가 하고 싶고, 연애가 좋지만, 혼자가 편한 나.
어떤 특출난 하나가 딱히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모난 게 없는 평범한 삶인데 공허하다. 가끔씩 올라오는 이 공허함은 나를 잡아먹어 아주 깊은 우울로 나를 잠식시킨다. 주로 혼자 있을 때 빈도가 높아지는데, 요새는 친구들을 만나도 잘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 건강한 삶은 혼자 있어도 온전히 버틸 수 있는 거라고 했던데.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지만 동시에 남에게 의존적으로 기대지 않고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삶이 여야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