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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or Center Feb 01. 2021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대하는 법

몰랑이 캐릭터 작가 윤혜지

찹쌀떡 같은 모양에 시크한 무표정이 매력인 캐릭터 몰랑이. 단순해 보이지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기업도 아닌 개인이 10년 동안 사랑받는 캐릭터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일에 대한 신념과 기민함으로 다져진 작가 윤혜지를 만났다.


Q. ‘귀여운 것을 그리고 덕질하는 10  작가 자신을 소개했어요.
귀여운 걸 찾아다니는 게 취미예요. 아마 창작보다 소비하는 걸 더 좋아할지도 몰라요. 요즘은 빵빵덕 캐릭터, 이공, 달고나 작가님 같은 국내 캐릭터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조금 다른 스타일로는 도밍 작가님도 좋아해요. 꼼꼼하고 화려한 일러스트를 그리시는데, 저는 손그림을 좋아해서 동경하는 작업 스타일이에요.


Q.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나요?
7살 때부터 세일러문을 따라 그릴 정도로 만화를 좋아했어요. 계속 그림이 꿈이었거든요. 부모님도 그림을 좋아하시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PD로 일하시는 삼촌도 계셨어요. 환경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컸을 때 '만화는 어려우니까 캐릭터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땐 쉬워 보이는 걸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죠.



Q. 요즘도 즐겨보는 만화가 있나요? 
귀여운 일상툰도 좋지만 <기기괴괴> 같은 미스터리 웹툰도 좋아해요. 밝고 상냥한 캐릭터를 만드는 게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아요. 영화도 <컨저링> 같은 호러 스릴러물을 즐겨봐요.


Q.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다고 들었어요. 
내 거니까, 재미있으니까 하다 보니 일이 많아졌어요. 일 년에 몇 번 쉬지 않고 일주일 내내 일하기도 했죠. 일이 안 끝나면 꿈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려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되니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했어요. 이 일을 서른 살까지 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요즘에는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무조건 쉬려고 하는 편이죠.



Q.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뭘 하나요?
몰랑이 디자인 팀이랑 각자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고 있어요. 그게 취미 생활이에요. 저를 포함해 3명의 디자이너가 있는데 몰랑이 관련 업무 외에 각자 작가로서 해소할 수 있는 게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만든 고양이 캐릭터들은 실제 반려동물을 모티프로 제작했어요.


일에서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건 
욕심일지도 몰라요



Q. 일로서 만드는 캐릭터와 취미 생활로 만든 캐릭터가 다른 게 인상적이에요. 역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건 다른가요?
원래 몰랑이도 뽀글뽀글한 형태로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모델링이 오래 걸리고 생산도 어려워서 포기했죠.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면 대량생산이 힘들거든요. 그럴 땐 조금 아쉽기도 해요. 대신 몰랑이는 전국 유통이나, 피규어 제작 같이 개인 작가들이 하기 어려운 분야도 가능해요. 몰랑이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가성비 제품에 집중하는 거죠.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 열망은 다른 작가님의 캐릭터를 소비하면서 풀어요.

Q. 대부분 좋아하는 것을 일에서도 하고 싶어 하잖아요. 
일에서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건 욕심일지도 몰라요. 잘 팔리는 캐릭터의 법칙이 개인의 창작 활동에는 제한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해요.



Q. 처음 몰랑이를 만들 때 이렇게 사랑받을 거라고 예상했나요?
당시에 몰랑이 같은 캐릭터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뽀로로가 크게 성공하면서 국내 흐름이 어린이 캐릭터로 집중되는 시기였거든요. 어린이보다 더 위의 세대를 위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 좋아했던 캐릭터 리락쿠마는 우리나라 캐릭터가 아니었고요. 10대에게 인기 있는 국내 캐릭터가 없는 게 아쉽기도 했어요.


Q. 10년 전에 나온 캐릭터인데 요즘 초등학생도 좋아하는 게 신기해요
계속 시기와 연령대를 잘 맞춰서 순환하고 있어요. 10년 전 몰랑이는 스마트폰 테마나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유명했어요. 최 근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문구로 인지도를 쌓고 있죠.



Q. 넷플릭스에도 몰랑이 콘텐츠가 있어요? 
몰랑이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설득해 최근에 넷플릭스에 론칭했어요. EBS에서 방영될 때와는 확실히 반응이 달라요. “언니, 왜 넷플릭스에서 몰랑이가 나와”라며 어린 친구들이 연락을 주곤 했어요.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고 줄어드는지 촉을 세워두고 있어요.


Q. 몰랑이 팬들과의 소통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구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꼭 들어보는 편이에요. 다들 힘들게 번 돈이잖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품 론칭을 앞두고는 꼭 수요조사를 해요. 색이나 디자인을 못 정할 때 트위터 투표 기능이나 인스타그램 댓글로 소통하는 거죠.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실제로 판매로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쌓아놓은 게 있다면 
그만큼 단단해져요



Q. 부정적인 의견은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음, 그럴 수 있지’ 생각해요. 아쉬웠다는 댓글을 발견하면 뭐가 아쉬웠을까 계속 생각해보고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 있다면 귀담아들으면 되는 거죠. “요즘에 몰랑이 너무 아기 같아졌어” 같은 말을 들으면 ‘아 어린이 문구가 많이 나와서 그렇구나’하고 참고하는 거죠. 악플에 타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몰랑이가 저의 작업물이지 저는 아니니까요.



Q. 캐릭터는 몰랑인데 작가님의 내면은 엄청 단단한 것 같아요.

가수 비 씨가 <깡>에 대한 반응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CF까지 찍었잖아요. 댓글을 보면서 창작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즐기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가수로서 쌓아놓은 게 많아서 가능한 게 아닐까요? 스스로의 커리어에 자신감이 있으니 그런 상황을 즐기는 여유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저도 10년간 쌓아놓은 게 있고 나름 자신도 있으니 사람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Q.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나요?

여전히 일이 재미있고 좋아요. 그래서 더 상업적인 느낌을 빼고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한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처음엔 마냥 좋아서 시작했는데 일이 되고 나니 처음 좋아하던 작업과는 멀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몰랑이는 지금까지 쌓아온 인지도나 디자인 완성도가 10년을 버틸 정도로 성장했으니까요. 더 잘할 수 있는 분께 맡겨서 넓은 세상에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Creator 윤혜지
2010년 토끼 모양 캐릭터 몰랑이를 창작했다. 개인 창작자로서는 드물게 다양한 대량생산 사업을 주도했고, 프랑스 Millimages(밀리마쥬) 스튜디오와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2019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 클래스101에서 캐릭터 디자인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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