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eator Center Feb 04. 2021

최선을 다하되 즐기는 방향으로

커스텀 드레스 크리에이터 SAIDA

SAIDA는 직접 만든 옷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하며 유튜브에 제작기를 공유한다. 취미로 코스튬을 만든 지 15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의상 제작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초청을 받아 디즈니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직접 만든 엘사 의상은 애니메이터의 극찬을 받았다.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SAIDA의 상상은 언제나 현실이 됐다.



Q. 초청을 받아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에 다녀왔어요. 어떻게 연락을 받았나요?
<겨울왕국 2>의 엘사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인터넷에 그 사진이 퍼졌나 봐요. 디즈니 애니메이터 윤나라 님이 제 계정을 팔로우해주셨어요. DM으로 의상에 대한 감상과 함께 꼭 디즈니 스튜디오에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초청해주신 거죠. 행여나 마음이 바뀌실까 봐 바로 달려갔어요.


Q. 반응은 어땠나요?
엘사 드레스를 현실로 만들면 정말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원작의 의상과 똑같이 만들지 않고 디자인과 소재를 변형했는데 그런 노력을 감명 깊게 봐주셨어요. 윤나라 애니메이터는 <겨울왕국 2> ‘Show Yourself’에서 하이라이트 엔딩 애니메이팅을 담당하신 분이에요. 원작자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개성이 담겼다는 말을 원작자에게 들었으니 정말 영광이었죠.


SAIDA가 만든 엘사 의상 @dd_saida


Q. 성공한 덕후가 된 거네요.

꿈을 다 이뤘어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에 내가 만든 옷을 입고 가서 주인공들을 만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것도 디즈니의 초청을 받아서 가게 된 거죠! ‘이게 진짜인가?’하고 스튜디오에 입장하는 순간까지 긴장해 있었어요. 꿈이 이루어지니 오히려 더 꿈같았어요.


상상 속의 옷을 만들고 있으면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에요


Q.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의 의상을 만들잖아요. 디테일은 어떻게 구현하나요?
2D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재구성한 작품을 많이 연구하는 편이에요. 실사로 재현했을 때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삼았는지를 유심히 봐요. 무게감이 있는 원단을 써서 현실적인 입체감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특정 시대의 의상을 세밀하게 표현해놓은 초상화를 찾아보기도 해요.



Q. 애니메이터와 비슷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게 봐주셨던 걸지도 몰라요. 디즈니 영화는 시대적 배경과 디테일을 구현하는 데 정말 철저하거든요. 저도 그에 맞춰 작품을 제작해요. 의상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가상이긴 하지만 당시에 존재할 법한 재료만 쓰는 거죠. 엘사 의상에도 플라스틱 대신 구슬 장식을 수놓은 원단을 썼어요. 제 생각에 엘사의 시대에는 절대 플라스틱이 없었을 것 같거든요. 


Q. 제작 과정 대부분을 직접 한다고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뭔가요?  
원단 고르는 과정이요. 동대문 종합시장에는 새로운 원단이 매일 수천 개씩 들어오거든요. 생각했던 그림에 딱 맞는 원단을 찾을 때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요. 반면에 사진 촬영은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과정이긴 하죠. 그래도 힘들게 만든 드레스가 멋진 사진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기대되고 즐거워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모든 걸 배울 필요는 없어요



Q. 지금까지 의상을 전부 독학으로 만들었어요.
오히려 잘 모르니까 정해진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었어요. 드레스에 귀걸이용 장식을 달거나, 옷에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써본다거나. 과정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만들다 보니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혼자 시도하고 용기 내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아홉 살 때부터 옷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그땐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찾아 알음알음 만들었죠. 성인이 되고부터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어려운 부분인 패턴 뜨기를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에요. 허들이 높은 단계에서 막혀 막막해하기보다 ‘그건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내가 즐길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죠. 좋아하는 부분을 먼저 하면서 배우니까 더 빨리 성장하게 되더라고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일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예요


Q. 슬럼프는 없었나요? 
지금까지 만든 의상 사진을 쭉 봤는데 다 너무 별로인 거예요. 정말 오랜 시간 좋아한 취미인데, 온전한 나만의 콘텐츠가 하나도 없었어요. 예전에는 만화 코스프레를 주로 하다 보니 전부 원작이 있었던 거죠. 그때 슬럼프가 왔어요. 어떻게든 내 걸 녹여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극복됐어요. 옷 만드는 내 모습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거죠.  

Q.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나요? 
좋아하지 않으면 벌서 그만뒀을 것 같아요. 일보다 중요한 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 더 노력하게 되잖아요. 그럼 즐기게 되고 일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최선을 다하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보려 해요. 



Creator SAIDA
코스튬 플레이 크리에이터. 15만 구독자의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겨울왕국>, <인어공주> 등 디즈니 영화부터 웹툰 캐릭터까지 상상 속 의상을 현실로 구현한다. 넷마블과 <세븐나이츠> 캐릭터 코스튬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클래스101에서 커스텀 드레스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이전 06화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대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