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드레스 크리에이터 SAIDA
SAIDA는 직접 만든 옷으로 코스튬 플레이를 하며 유튜브에 제작기를 공유한다. 취미로 코스튬을 만든 지 15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의상 제작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초청을 받아 디즈니 스튜디오에 방문했을 때 직접 만든 엘사 의상은 애니메이터의 극찬을 받았다.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SAIDA의 상상은 언제나 현실이 됐다.
Q. 초청을 받아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에 다녀왔어요. 어떻게 연락을 받았나요?
<겨울왕국 2>의 엘사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인터넷에 그 사진이 퍼졌나 봐요. 디즈니 애니메이터 윤나라 님이 제 계정을 팔로우해주셨어요. DM으로 의상에 대한 감상과 함께 꼭 디즈니 스튜디오에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초청해주신 거죠. 행여나 마음이 바뀌실까 봐 바로 달려갔어요.
Q. 반응은 어땠나요?
엘사 드레스를 현실로 만들면 정말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원작의 의상과 똑같이 만들지 않고 디자인과 소재를 변형했는데 그런 노력을 감명 깊게 봐주셨어요. 윤나라 애니메이터는 <겨울왕국 2> ‘Show Yourself’에서 하이라이트 엔딩 애니메이팅을 담당하신 분이에요. 원작자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개성이 담겼다는 말을 원작자에게 들었으니 정말 영광이었죠.
Q. 성공한 덕후가 된 거네요.
꿈을 다 이뤘어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에 내가 만든 옷을 입고 가서 주인공들을 만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것도 디즈니의 초청을 받아서 가게 된 거죠! ‘이게 진짜인가?’하고 스튜디오에 입장하는 순간까지 긴장해 있었어요. 꿈이 이루어지니 오히려 더 꿈같았어요.
상상 속의 옷을 만들고 있으면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에요
Q.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의 의상을 만들잖아요. 디테일은 어떻게 구현하나요?
2D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재구성한 작품을 많이 연구하는 편이에요. 실사로 재현했을 때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삼았는지를 유심히 봐요. 무게감이 있는 원단을 써서 현실적인 입체감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특정 시대의 의상을 세밀하게 표현해놓은 초상화를 찾아보기도 해요.
Q. 애니메이터와 비슷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게 봐주셨던 걸지도 몰라요. 디즈니 영화는 시대적 배경과 디테일을 구현하는 데 정말 철저하거든요. 저도 그에 맞춰 작품을 제작해요. 의상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가상이긴 하지만 당시에 존재할 법한 재료만 쓰는 거죠. 엘사 의상에도 플라스틱 대신 구슬 장식을 수놓은 원단을 썼어요. 제 생각에 엘사의 시대에는 절대 플라스틱이 없었을 것 같거든요.
Q. 제작 과정 대부분을 직접 한다고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뭔가요?
원단 고르는 과정이요. 동대문 종합시장에는 새로운 원단이 매일 수천 개씩 들어오거든요. 생각했던 그림에 딱 맞는 원단을 찾을 때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요. 반면에 사진 촬영은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과정이긴 하죠. 그래도 힘들게 만든 드레스가 멋진 사진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기대되고 즐거워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
모든 걸 배울 필요는 없어요
Q. 지금까지 의상을 전부 독학으로 만들었어요.
오히려 잘 모르니까 정해진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었어요. 드레스에 귀걸이용 장식을 달거나, 옷에 사용하지 않는 원단을 써본다거나. 과정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만들다 보니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혼자 시도하고 용기 내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아홉 살 때부터 옷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그땐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찾아 알음알음 만들었죠. 성인이 되고부터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어려운 부분인 패턴 뜨기를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에요. 허들이 높은 단계에서 막혀 막막해하기보다 ‘그건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내가 즐길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죠. 좋아하는 부분을 먼저 하면서 배우니까 더 빨리 성장하게 되더라고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일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예요
Q. 슬럼프는 없었나요?
지금까지 만든 의상 사진을 쭉 봤는데 다 너무 별로인 거예요. 정말 오랜 시간 좋아한 취미인데, 온전한 나만의 콘텐츠가 하나도 없었어요. 예전에는 만화 코스프레를 주로 하다 보니 전부 원작이 있었던 거죠. 그때 슬럼프가 왔어요. 어떻게든 내 걸 녹여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레 극복됐어요. 옷 만드는 내 모습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거죠.
Q.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나요?
좋아하지 않으면 벌서 그만뒀을 것 같아요. 일보다 중요한 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 더 노력하게 되잖아요. 그럼 즐기게 되고 일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최선을 다하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보려 해요.
Creator SAIDA
코스튬 플레이 크리에이터. 15만 구독자의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겨울왕국>, <인어공주> 등 디즈니 영화부터 웹툰 캐릭터까지 상상 속 의상을 현실로 구현한다. 넷마블과 <세븐나이츠> 캐릭터 코스튬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클래스101에서 커스텀 드레스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