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eator Center Feb 09. 2021

상상을 향기로 만듭니다

조향 스튜디오 모노룸

모노룸의 향은 분위기를 담는다. 공간과 향이 조화로운 빈티지샵이나 호텔 라운지에서의 경험을 각자의 공간으로 옮긴다. 이미지가 향의 콘셉트가 되는 것이다. 모노룸의 이나연, 유호석 대표는 그래픽 디자인 경력을 살려 시각적 경험을 후각적 자극으로 구체화시킨다.



Q. 두 분 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조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같이 일을 시작하면서 브랜딩 스터디를 했어요. 가상의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모노룸도 그중 하나였죠. 처음엔 모노룸이 아니라 ‘프루스트’라는 이름이었어요. 작업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동명의 브랜드 대표님이 만나자고 연락이 온 거예요. 


긴장된 마음으로 갔더니 작업물을 보고 떠오른 조향 관련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전부터 인센스와 향초, 향수에 관심이 많았지만 조향을 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향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 진 거죠.


Q. 조향의 매력은 뭔가요?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분위기나 기분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상상을 향이라는 구체적인 감각의 형태로 만드는 거죠.



향을 맡은 사람들이 저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면 해요


Q. 어떻게 만들었나요? 조향을 배우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무작정 방산시장에 가서 향료를 시향 해봤는데 다 별로인 거예요. 논문을 뒤져도 자료가 많지 않았어요. 국내 향장은 향수를 위한 향이 아니라 화장품에 입히는 향의 개념이었던 거죠. 퀄리티의 차이가 있어요. 향수는 온전히 향을 즐겨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베이스를 사서 테스트하고 샘플을 엄청나게 만들었죠. 샘플을 시향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4가지의 향이 나오게 됐어요.

Q. 특히 인센스 제품이 눈에 띄어요.
저희는 향을 캔들이나 향수보다 인센스로 소비하는 편이에요. 일본 선향을 즐겨 태웠는데 점점 만족이 되지 않더라고요. 더 풍성한 향이면 좋겠다 생각했죠. 재료를 이해하고 계획한 대로 나온 제품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 뒤로 인센스의 모양을 굵기나 길이를 조절하며 디테일한 부분을 잡는 데 일 년이 걸렸어요. 공을 많이 들였죠.



Q. 향 제품은 보통 원재료를 기반으로 콘셉트를 정하는데 모노룸은 이미지에서 착안해 조향을 해요.
향기는 주관적인 거라 똑같은 향을 맡아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하잖아요. 모노룸은 향을 맡는 모두가 동일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연상할 수 있도록 나름의 기준을 주려고 해요. 단순히 탑, 미들, 베이스 노트로 향을 설명하는 것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전달하는 파동이 더 크다고 느껴요. 


즐길 수 있는 곳까지만
나아가려고 해요

 

Q. 모노룸이 향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뭔가요?

공간의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해요. 빈티지 샵에서 나는 인센스 향처럼 그 공간에 잘 어울리는 향이나 스파, 호텔 라운지에서 느꼈던 향이 내 공간에서도 나길 원하잖아요. 그런 향에는 분위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우리 집에도 숲에서 맡은 나무 향이 나면 좋겠다 생각해서 앤틱 샌달우드를 만들게 됐어요.



Q. 그런 향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치나요?

코파카바나 비치라는 향이 만들어진 과정을 예를 들어볼게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향이에요.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옆으로 출근하는 사람, 누워있는 강아지,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 장난치는 아이들. 여유롭고 자유로운 현지인의 생활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 장면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에 향을 부여했죠. 바다에는 물빛 내음, 자유로운 사람들의 몸짓에는 장미와 허브 계열의 향을 매치했어요.


Q. 사업적으론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나요?

사실 모노룸을 거창한 사업이라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고자 했던 작은 브랜드죠. 모노룸이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져도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판매되고 있거든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곳까지만 나아가려고 해요.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성장을 했으면 좋겠어요


Q. 10년 후의 모노룸을 상상해본다면?

지금과 비슷할 것 같아요. 그때도 재미있는 향을 만들고 향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하겠죠. 좀 더 개인적이고 예술적인 걸 표현해볼 수도 있겠네요. 대중적인 향 보단 소수의 취향에 집중할 것 같아요. 제대로 만들어 팔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성장을 했으면 좋겠어요.


Q. 여전히 일을 사랑하나요?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24시간 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퇴근해서 잠자기 전까지도 생각나요. 커플인 둘이서 회사를 차리고 쇼룸을 만든 자체가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인 거죠.



Creator 모노룸
리빙 프래그런스 브랜드. 좋아하는 장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향으로 만든다. 서울과 부산 등 다양한 편집숍에서 고객을 만나고 있다. 클래스101에서 조향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이전 07화 최선을 다하되 즐기는 방향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