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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or Center Feb 15. 2021

서울숲에 말차 카페를 연 이유

맛차차 대표 이예니

성수동 맛차차에는 잔잔한 음악과 물 끓는 소리만 흘렀다. 힙한 카페가 곳곳에 들어선 핫한 동네에서 보기 드물게 조용한 공간이었다. 주변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니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정적인 공간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건 사람이었다. 맛차차의 이예니 대표는 쾌활한 목소리로 호박차 한 잔을 권했다.


Q.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에요.
앉아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 있잖아요. 그게 공간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방문객이 서울숲을 바라보고 앉도록 설계했어요. 숲을 가까이 두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거든요. 숲을 등지고 다구와 잎을 활용해서 차를 우려내요. 서울숲을 배경으로 시연하는 거죠.


Q. 공간을 보니 차를 즐기는 게 복합적인 체험으로 느껴져요.
맞아요. 청각적인 요소도 연출이 필요해요. 차에 어울리는 차분하면서도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는 편이에요. 차를 우릴 때 들리는 여러 소리도 공간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뜨거운 물에 말차를 푸는 소리, 다구를 만지는 소리, 물을 따르는 소리도 있거든요. 공간 경험은 건물의 물리적인 구조나 인테리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러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공감각적인 경험이죠.



차는 감정을 살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해요


Q. 맛차차에게 차는 어떤 의미인가요?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예요. 손님들은 저를 차분하고 평온한 사람으로 봐주시지만, 사실 불같은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거든요. 다섯 살 때부터 음악을 해서인지 약간의 감정 기복도 있고요. 게다가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쳤죠. 그때부터 차가 마음을 다잡아줬어요.

Q. 의외인데요? 겉으로는 그런 면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스스로 감정의 오르내림이 심해지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힘들 때 차로 균형을 잡으려고 해요. 기뻐서 방방 뛸 때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힘을 북돋아 주는 존재죠.



Q. 차의 어떤 부분이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걸까요? 
차를 만들고 마시는 행위에 집중하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명상이랑 비슷하죠. 떠오르는 여러 생각을 걷어내고 마음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차를 즐기는 시간이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살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일에 대한 집착도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죠 


Q. 취미로 즐길 때와 직업이 됐을 때 차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른가요? 
물론 달라졌죠. 다른 찻집에 갔을 때도 괜히 맛차차 제품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공간이었다면 같은 차를 어떻게 소개했을까 고민도 하고요.


Q. 차를 마실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거네요. 

다도는 생각을 비우기 위한 의식이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지금은 당연한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차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니까요. 일과 쉼이 공존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관점이 생겨나기도 하니까 요즘은 즐겨야겠다는 마음이에요.


Q. 많은 직업인이 공감할 것 같아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요? 24시간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거죠. 그럴 때 과제를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일에 대한 생각을 당연시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좋아하는 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건 당연한 거니까요.



Q. 지금 하는 일을 여전히 사랑하나요?

그럼요. 최근엔 감사하는 마음도 커요. 새로운 분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져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또 많은 분들이 맛차차의 활동을 좋아해 주시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동료들이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회사를 꾸려나가고 싶어요. 기분 좋은 긴장을 유지하면서 오늘에 감사하는 게 제가 일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Creator 맛차차
서울숲을 바라보며 말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맛차차'를 운영하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티 코스와 심플한 커리큐럼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맛차차만의 차 문화를 전달한다. 현재 클래스101에서 다도, 티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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