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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or Center Jan 27. 2021

미완성이라도 일단 시작해야 해요

미완성식탁 대표 최창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싱잉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반엔 도기가 나열되어 있고 그 옆엔 노란 알갱이가 든 모래시계가 있다. 망원동 골목의 미완성식탁에 들어서면 산 깊숙한 곳에 있는 사찰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마카롱 가게의 느낌이 전혀 없는 공간을 마주하자 미완성식탁 최창희 대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Q.  인테리어나 음악이 종교사원을 떠올리게 해요.
템플 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심적으로 힘들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사람 관계에서 실수도 잦았고요.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수련까지 하기 시작했죠. 종교적인 공간이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고요. 미완성식탁을 찾는 손님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길 원해서 템플처럼 꾸몄어요.


Q.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망원동의 바이브가 녹아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돈이 없어서 망원동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했어요. 그땐 사람 한 명 없는 한산한 골목이었거든요. 처음엔 매장 식탁도 어디선가 주워왔어요. 그래서 이름을 미완성식탁이라고 지었고요. 돈이 없어 주워왔다는 것을 포장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었죠. 


Q. 이제 완성으로 보여요.
그런가요? 친구도 이제 좀 가게 같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완벽하려고 하면 시작조차 못 하니까
미완성이라도 일단 시작해야 해요



Q. 건축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사실 3년제 인테리어학과를 나온 것뿐이에요. 전혀 거창한 게 아니죠. 예전에는 스스로를 과장해서 보이고 싶었는데 점점 이야기가 커지는 게 무섭더라고요. 건축은 아버지가 하셨어요. 이번 가게 리뉴얼도 아버지와 둘이서 했어요. 이제는 은퇴하셔서 미완성식탁이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인 셈이죠.


Q. 그런데 왜 마카롱인가요?

처음엔 초콜릿을 좋아했어요. 여러 초콜릿을 시식해보고 그중 하나로 핫초코를 만들어 주는 노점상을 했어요. 커피를 마실 때 싱글 오리진 원두를 고르는 것처럼요. 초콜릿의 함축적인 맛과 향이 매력적이었어요. 몇 년 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메뉴를 변경해야 했어요. 초콜릿처럼 작지만 폭발적인 맛이 있는 디저트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마카롱이었어요.


Q. 우리나라에선 큰 마카롱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코리안 마카롱’이라며 프랑스 신문에까지 나올 정도였죠. 마카롱은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저트는 마무리니까 여운을 남겨야 해요. 배부르면 안 돼요. 뚱카롱이라 불리는 커다란 마카롱은 그런 디저트에 대한 저의 원칙을 무너뜨려요. 가끔 손님이 ‘여기 마카롱은 왜 이렇게 작아요?’라고 묻기도 해요. 그럴 땐 아쉽죠.



저희에게 마카롱은 보석 같은 존재예요


Q. 크기뿐만 아니라 모양도 평범해요. 기본 형태의 마카롱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에게 마카롱은 보석 같은 존재예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거든요.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지만 진짜는 하나뿐인 거죠. 그래서 패키지도 보석 상자처럼 만들었어요.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해요. 그런 마음이 형태에 담긴 것 같아요.


Q. 미완성식탁은 프랑스 정통 마카롱을 추구하는 건가요?
정확히는 피에르 에르메 스타일의 마카롱을 추구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티시에거든요. 프랑스 여행에서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을 먹어본 손님들은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을 때 저희 가게에 와요. 그 향수를 잘 전달하고 싶고요. 요즘에는 기존 스타일에 한국적인 재료를 접목해보고 있어요.



Q. 한국적인 재료의 마카롱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쑥과 팥, 딸기와 바질, 유자와 말차 같은 의외의 조합으로 맛을 내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소금 캐러멜이 유행이잖아요. 이걸 달래나 된장으로 만들면 또 다른 맛이 나요. 고추로 매운 초콜릿을 만들 수도 있고요. 


Q. 모험심이 강하지 않으면 먹기 망설여질 것 같은데요. 낯설고 독특한 조합을 제안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어떻게 미완성식탁 스타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요. 손님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마카롱을 접하길 바라요. 예술은 누군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담은 것이기도 하잖아요. 마카롱 하나에 미각과 시각, 포장을 통한 메시지, 공간이 주는 분위기까지 미완성식탁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았어요. 독특한 재료의 조합도 마찬가지 맥락이죠.


손님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마카롱을 접하길 바라요


Q. 트렌드를 따라가면 매출에 더 많은 도움이 되잖아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저희는 매일 8시간씩 일해서 나오는 매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정해져 있잖아요. 기준을 정했어요. 하루 8시간이 팀 전체가 공감하는 양이예요. 제가 욕심을 부리면 직원들이 힘들고, 직원들이 필요 이상으로 일하면 저도 힘들고요.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 오늘 하루를 잘 보내자는 마음이에요.


Q.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맞아요. 매출이 떨어지면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꾸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손님이 몇 주 전 인스타그램에서 본 마카롱을 사러 왔는데 메뉴에서 없어진 경우도 있었죠. 지금은 선택과 집중의 사이클을 길게 가져가요. 이번 시즌에는 이런 취향의 사람들이 왔다가, 다음 시즌에는 또 다른 취향의 사람들이 왔으면 하죠.


매일 8시간씩 일해서 나오는
매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원칙을 지키면서 가게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 있나요?
미완성식탁을 사랑하는 분들이 생기는 게 정말 좋아요. 연애할 때 오시던 분들이 결혼을 하고 그 아이가 태어나서 4살이 될 때까지도 여전히 와주세요. 마카롱이 먹고 싶다며 갓 백일 된 아기를 보자기에 싼 채로 오신 분도 있었어요. 이제는 그 아기가 말을 해요. 떠올리면 힘나는 순간들이죠. 요즘은 평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미완성식탁을 연지도 5년이 지났잖아요. 이제 완성인가요?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손님이 안 오면 미완성이죠. 나는 맛있어도 손님이 맛없으면 미완성이고요.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시작조차 못 하니까 미완성이라도 일단 시작해야 해요. 비록 비루한 시작일지라도 말이죠. 그렇게 5년이 됐어요. 잘 버텼죠. 완성까진 아니지만 버텨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Q. 여전히 일을 사랑하나요?
매일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작업만 반복하면 질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을 이용해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늘리거나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나가요. 그럼 일이 사랑스러워질 수밖에 없죠.



Creator 미완성식탁
본명은 최창희. 2015년 디저트 숍 미완성식탁을 오픈. <tamburins>, <kittybunnypony>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마카롱에 스토리를 담아냈다.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표현한 마카롱으로 유명하며, 인스타그램으로 그날의 메뉴를 공지한다. 레시피북 <미완성식탁 마카롱 수업>을 펴냈다. 현재 클래스101에서 마카롱&타르트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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