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eator Center Jan 25. 2021

색연필 그림이 우울한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작가 리베 누아즈

리베 누아즈는 색깔로 그린다. 선명한 선이 아니라 색 조합만으로 형태를 완성한다. 파스텔톤의 분홍, 하늘, 노랑이 마구 칠해진 듯한 그림. 언뜻 거친 느낌이지만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로모그래피, EXO 수호와의 콜라보 작업은 많은 사람이 리베 누아즈의 그림으로 위로받았다는 증거다. 마음을 다독이는 그림은 어떤 마음으로 그린 걸까. 위로의 색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작가를 만났다.


Q. 활동명 libere_nuage는 어떻게 읽는 게 맞나요?
'리베 누아즈'로 읽으시면 돼요. 일부러 어렵게 지었어요. (웃음) 사람들에게 이름 보단 그림으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그림 그릴 때만큼은 구름처럼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어서 자유로운(libere) 구름(nuage)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Q. 미대에서 패브릭을 전공했어요. 어떻게 일러스트 작가가 됐나요? 

대학 시절 개인적으로 그린 그림을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고맙게도 많은 사람이 봐줘서 자연스럽게 외주 작업이 들어왔고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게 됐죠. 꼭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전공을 해야 작가가 된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어디에든 열심히 글을 올리고 그 글이 사랑받는다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잖아요.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에 음악을 올리면 어느 순간 가수가 되기도 하고요.



Q. 대표작으로 엑소 앨범 커버 작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빈센트 반 고흐에게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라는 얘기를 듣고 온 애정을 쏟아서 만들었어요. 제가 고흐 팬이거든요. 다행히 엑소 팬들도 제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났는데 핸드폰이 뜨거웠어요. 앨범이 발매되고 난 뒤 하루 사이 인스타그램 DM을 삼천 개 넘게 받은 거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내심 무서웠어요. 가수의 팬으로서 ‘왜 이렇게 그렸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결과는 좋았어요. 엑소 수호 앨범 커버 작가로 저를 알게 됐다는 사람도 많고요. 대표작이 됐죠.


어디에든 열심히 글을 올리고 그 글이
사랑받는다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잖아요


Q. 왜 고흐를 좋아하나요?
고흐의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고흐는 늘 ‘과부, 농부, 노인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라’고 해요. 주변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담은 화가잖아요. 고흐처럼 섬세하면서도 강한 내면을 지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Q. 그러고 보니 작품에서 고흐의 느낌이 나요. 대신 색은 파스텔 톤이고요.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어요. 그로테스크한 그림으로 우울을 해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 밝고 행복한 무드의 색깔을 채우면서 위안받아요. 특히 파스텔 톤의 분홍색, 하늘색, 노란색을 많이 써요. 처음부터 그림에 사용할 색깔들을 정하고 작업하진 않았어요. 그리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색을 찾은 거죠.



Q. 실제로 우울이 해소됐나요?
대학생 때 인간관계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자기혐오가 있었어요. 원인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데 스스로를 문제 삼으면서 자존감이 무너졌죠. 저를 구해준 게 그림이었어요. 그림을 그리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그 뒤로 기분이 좋아지는 색을 모아 그림을 그렸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가장 우울하고 힘들 때 토해낸 작업을 사람들은 좋아해 주더라고요. 정말 고맙고 벅찬 일이죠.


Q. 대체로 인물화를 많이 그려요. 이유가 있나요?
인물이 가진 에너지를 표현하는 게 재밌어요. 눈빛과 표정은 컵이나 사과를 그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거든요. 내면을 표현하면서도 알맹이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작품에 담긴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Q. 알맹이가 있는 그림이 뭔가요?

맥락이 있는 그림이요. 예를 들면 전 그림을 SNS에 올릴 때 글에도 힘을 주거든요. 제가 그린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작업을 하며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요.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작품에 담긴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껍질을 벗겼을 때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알맹이가 있는 것처럼요.


Q. 그림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위로를 주고 싶어요.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 효과적인 위로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림이 제가 가진 능력 중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능력을 나쁘게 쓰면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반대로 좋은 그림을 그리면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Q.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하나요?

좋아해요. 지칠 틈이 없어요. 이 일로 돈과 명성을 얻으려고 시작하면 지치고 회의감이 들겠죠. 저는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요. 아직 만족은 못 하지만 이 방향으로만 간다면 ‘선한 무언가를 세상에 남길 수 있겠다’라는 확신은 있어요.



Creator libere_nuage 리베 누아즈
본명은 박송이.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화작가다. 아이돌 그룹 EXO 수호의 첫 솔로 앨범 <자화상>의 앨범 커버에 들어간 초상화 4점을 그렸다. 즉석카메라 브랜드 로모그래피와 콜라보해 <송스 팔레트 에디션> 카메라를 출시하기도 했다. 클래스101에서 색연필 인물화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이전 03화 나다운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