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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아빠 May 21. 2021

흐린 날씨 같은 글

쓰기 싫을 때.

글쓰기가 흐리다. 먹구름이 가득해서 쨍하고 생각나는 글감이 없다. 며칠 전 이것저것 글감을 저장해둔 메모장을 열어본다. 그때는 분명, 키득거리며 저장한 글감이었는데, 이건 뭐야. 난감하다. 흐린 날씨같이 구리다.


비 오는 날, 신발장을 열었을 때 기분이다.  어떤 신발을 신고 나갈지 고민이 되는 것처럼, 손에 잡히는 글이 없다. 신을 만한 신발이 없는 것처럼, 쓸만한 글이 없다. 캔버스 신발처럼 평범한 일상의 글은, 빗물이 쉽게 들어와서 짜증이 날 것 같은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비를 막겠다고 겉 감이 가죽인 신발을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초여름이 다가오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나와 어울리지 않는 글감인 것 같다. 다른 글감으로 눈을 돌린다. 비에 젖으면 발 냄새가 진동할 것 같아서 망설여지는 슬리퍼처럼,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이 중구난방으로 써질 것 같아서, 그만둔다. 신발장을 서성거리듯, 작가의 서랍장을 서성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집에 들어앉는다. 비 오는 날 신을 만한 신발이 없어서, 나가지 않는다.


흐린 날씨 덕분에 글맛이 떨어지는  같다. 글맛을 되살릴 만한 것을 찾아야   같다. 평소 찾지 않던 음식이 당기는 것처럼, 잠깐 다른 분야의 글에 눈을 돌려보기도 한다. 괜스레 스트레칭도 하고, 상큼한 음악도 켠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며 기분도 바꿔본다. 날씨처럼  글이 흐리지 않기 위해서.


오늘 날씨같이 미완성으로 엉거주춤하게.

10분 후면, 아들 하원 차가 온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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