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자연스러움을 혐오하고 인위적인 것들을 추종하는 세상이 됐어요. 우리처럼 물로 닦지 않고 화장지를 사용해야 문명 생활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어디 정말로 그런가요. 강은 더 더러워졌고, 나무들은 더 없어졌지요."
그 옆의 남자도 한탄을 했다.
-그 결과 세상은 점점 위선적이 되어버렸어요. 명상적인 생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요. 무엇으로든 가려야만 문명인이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있는 도리밖에 없었다. 자연스러운 볼일을 보는데도 지팡이만 한 어린 나무에 몸을 가리려고 허둥대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배낭을 잃어버릴까 봐 잔뜩 끌어안고서.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