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청춘

부라보!

by 조용해

엄마는 늘 바빴다.


비가 오던 초등학교의 운동장, 아침에는 멀쩡하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촘촘히 내리고 있었다.

친구네 엄마들이 우산을 받고 와서 친구들을 하나둘씩 데려가면서 결국 나는 혼자가 되었다. 비를 맞고 가기는 싫고 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시무룩하게 바닥에 고인물을 탁탁 발로 차고 있는 그때,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며 우산을 들고 달려오는 아빠가 보였다. 그즈음 아빠는 집에 계셨다. 그래도 아빠가 오시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는데.


“ 많이 기다렸어? ”

“ 아니, 괜찮아. 천천히 오지. 비를 다 맞았잖아.”

“ 어? 그렇네. 우리 딸 기다릴까 봐... 아빠는 괜찮아. 감기 걸리겠다. 어서 가자”


아빠의 등장에 신이 난 나는 이것저것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중 아빠가 잘 설명 해 주실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물으며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점심으로 서툰 솜씨로 감자튀김을 해 주셨다. 아직도 그 감자튀김의 맛이 기억난다. 설익어 설컹하고 소금을 잔뜩 뿌려 짠. 그러나 세상 맛났다! 아빠가 해주신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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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고, 아빠와 대작이 가능해졌을 때 닭발에 쏘주를 마시며 아빠도 그날을 기억하시는지 물었다. 기억 못 할 것이 뻔하지만... 그런데 기억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그날의 비밀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아빠는 그날 다른 엄마들처럼 일찍 학교에 도착했노라고 하셨다. 그런데 엄마 대신 아빠가 오면 다른 엄마들이 아빠가 집에 계신다는 걸 눈치챌까 봐 교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내게 오셨다는 거였다. 딸내미 창피할까 봐...


“ 아이구, 아버님! 왜 그러셨디야? 딸내미 그렇게 예민한 애 아니였는디...” 이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셔버렸다. 찡한 코끝을 감추기 위해...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 당시 아빠는 실업 상태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던 30대 초반의 젊은 아빠가 이제와 살짝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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