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팀장이 된 현희의 이야기
우리 회사에 인사 문제가 생겼을 때가 언제였냐를 돌아보면, 대부분이 실무자를 관리자로 올리면서였습니다. 단순히 직급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그 직급에 맞는 책임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부여하고 교육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퇴사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우리 경영진은 성심성의껏 다양한 방면에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그에 맞는 보상과 잠재적 보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지만 해당 직원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그 '사람'에게 귀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서 느낀 점은 한 사람에 대한 귀책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대해 경험이나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리더라는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준비되지 않아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기회를 놓치고도 기회를 놓친 지도 모르고 해결책을 몰라 다시 기회를 받아도 같은 일을 반복할 사람들을 위해 리더십 지침서를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현희는 그녀의 사무실 코너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업무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어 평온한 거리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불안에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3년 차 개발자인 그녀는 IT 부서에서 인정받는 개발자였습니다. 주니어인데도 시니어급들이 풀어내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냈고, 여러 사람들이 현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코드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받는 감사인사에서 그녀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팀을 이끌어 보지 않겠냐는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서 여러 고민이 생겼습니다. 개발자로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팀원들의 문제를 도와주는 것과 리더가 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핏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팀의 주간회의에서도 가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귀담아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만약 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여러 정보가 나오는데, 너무 다양한 정보들이 나와서 무엇을 참고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개발자를 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답은 없었습니다. 주변에 리더를 해본 친구가 없었거든요.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좋은 기회이고, 언젠간 해야 할 일인데 해보는 게 어때?'라는 친구의 제안에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팀장님이 하는 일들이 많아 보이지도 않고, 모르면 물어보면서 하면 되니까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리더의 제안을 받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때의 결정을 너무 후회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리더라는 직책이 업무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 하던 일 중 단순 반복 업무는 팀원에게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곧 자신의 기대가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은 오히려 더 많은 관리와 지도가 필요했고, 현희의 업무 부담은 더욱 늘어만 갔습니다. 그녀의 업무는 이제 팀원들의 질문과 문제 해결로 가득 찼고, 개인적인 업무를 할 시간은 거의 가질 수 없어 야근이 잦아졌습니다.
경영진이 그녀에게 바라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그전에는 목표와 함께 언제까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정해줬는데 이제는 목표를 함께 정하고 그녀에게 언제까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알려주기를 바랐습니다. 이슈사항으로 인한 일정의 변화나 부서 간의 업무 조율도 그녀가 주도적으로 해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현희 씨 회의실 잡아놨으니 3시부터 지금 하고 있는 것 관련해서 이야기 좀 나눠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직접 회의실을 잡고 팀원들에게 그리고 다른 팀 팀장들에게 시간을 내어주기를 요청해야만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현희씨가 즐거워하는 개발을 즐겁게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다른 팀장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도 털어놨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30년간 고민하고 살지 않았던 문제를 갑자기 고민하려고 하니 답이 나올 리가 만무했습니다.
현희는 이제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시 팀원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 회사에서 그러기엔 내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나에게 아무도 팀장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지?', '왜 이 회사는 준비도 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역할을 맡겼지?', '내가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했을까?'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고 원망하고 싶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결국에 리더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선택한 것은 나고, 다른 팀장님들은 잘하고 있는데 못하고 있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현희는 제가 아는 개발자 중 최고인 우리 팀의 현빈과 민희의 퓨전입니다. 우리 조직이 성장하면 이분들도 리더의 자리를 제안받을 것이고,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것인데 그전에 어떤 고민을 하도록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말로만 전달하는 것은 휘발되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3년간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리고 티키타카라는 서비스에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MS, 애플의 관리 방식을 연구해 시스템화시키면서 이런 주제에 대한 연구를 수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해온 고민이 초보 리더, 초보 팀장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명확한 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에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볼까 합니다.
12월 4일 티키타카 정식출시에 맞춰 웨비나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의 모든 제안과 커피챗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