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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Nov 19. 2023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추상적인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은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과 같다.

사람들은 종종 단어를 들었을 때 그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어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유리한 점'만 취해 그 단어를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 단어가 가진 긍정적인 면만 발현되지 않는다. 아니 대부분은 그 단어가 가진 나쁜 면이 발현되곤 한다. 성선설과 성악설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간은 우리가 아니라, 나의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지난 5월 전체 인원의 50%가량의 직원을 퇴사시키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의 시발점은 누군가가 제시한 '저는 리버스마운틴이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 어느 회사보다 수평적으로 움직였다. 갓 들어온 인턴사원까지 대표에게 의견을 표출하고, 그 의견이 서비스에 직접 반영이 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많은 고민을 했다. 어느 부분에서 수평적이지 않다고 느꼈을까. 그 당시 나는 MVP 출시를 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높은 성과를 낸, 좋은 역량을 가진 직원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출시를 위해서 경영진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책임을 갖고 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직원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자신의 역량 부족 탓이 아닌 회사의 변심에 돌렸다. 수평적 구조라면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같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왜 나와 같은 위치에 있던 사람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느냐는 논리였다.


그런 의견을 처음으로 냈던 사람, 그리고 그 의견에 동조했던 사람들과 몇 번의 미팅을 통해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 혼자만의 결론이 아니라, 우리 경영진 모두의 결론에 도달하고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의견을 낸 사람과 그 의견에 동조한 사람 모두를 내보냈다. 그들이 생각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는 우리 회사가 생각하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아니었다.


지금은 매우 쉬운 결정처럼 글을 적고 있지만, 당시에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착각이 공산주의에 대한 그릇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간 사회에 적용되는 한
공산주의는 성공할 수 없는 시스템이며,
수평적 조직문화 또한 그러하다.

1. 우선순위 설정의 중요성

조직에서는 수많은 업무가 존재하고, 이를 위한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순위 설정은 매우 중요한 기업 활동이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며, 만장일치를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의 지식과 업무에 따라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이 다양하게 나타나기에 공통된 목표 설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자가 가진 지식의 깊이와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2. 의사결정의 지연과 그 파급 효과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우선순위 속에서 만장일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 모두가 설득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이는 조직의 전반적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수평적 조직문화에서는 명확한 리더십이 부재하여, 이러한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을 책임 있는 개인이나 그룹이 없다. 의견 교환에만 집중하다 보면,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개인의 의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게 되고, 이는 합의된 결론 도출을 어렵게 만든다.


3. 책임 소재의 불명확함과 그 영향

가장 중요한 요소는 책임에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짐으로써, 결정에 대한 개별적인 책임이 모호하다. 책임을 지지 않는 의사결정은 결정의 실행력을 약화시키며, 실패 후의 회복 탄력성이나 지속 가능한 성공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결여시킨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막연한 환상과 기대가 아니라

끈질긴 고민과 경험을 통해 세워둔 기준이다.

지난 5월 그런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기간 우리 조직 시스템을 위해 고민해 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더라' 선에서 끝났던 것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가'와 '내가 이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기 때문이었고,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회사의 경영진이 함께 고민해서 낸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수평적인 분위기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우리 조직은 의견 교환에 있어서는 매우 수평적이다. 대표가 영업을 뛰며 고객들의 의견을 수도 없이 받아옴에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 나 또한 그 전부터 똑같은 의견이 전혀 다른 고객 3명의 입에서 나올 때만 그 의견을 내부 기획팀에 전달하고 기획팀을 설득시키기 위해 그에 맞는 논리와 경험 또한 준비한다. 그리고 그 의견은 기획팀, 개발팀 모두에게 전달되어 우리 시스템이 지향하는 바와 고객이 원하는 것 속에서 맞는 답을 찾기 위한 회의를 지속적으로 거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는 명확하다. 회의의 결론은 책임자가 내며, 그 결과 또한 책임자가 진다. 기획팀 리드가 기획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회사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내가 쥐고 있다. 개발팀 리드가 개발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회의를 통한 만장일치가 아닌, 회의를 통한 책임자의 결정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자신의 고집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 목표하는 바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에게 모든 의사결정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들이 틀릴 가능성보다 우리가 틀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조직원 모두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리버스마운틴에겐 이런 기준이 있다. 우리와 다른 기준을 가진 조직에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조직에선 저렇게도 하는구나~하고 지나쳐도 된다. 하지만 우리만큼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늘 어떤 칼럼, 누군가가 한 말, 어떤 책에 나온 구절 하나하나에 휘둘리고 있다면 이 글을 통해 그러한 기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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