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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Oct 22. 2022

"발을 아프게 해야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구두를 신고 회사에 가는 엄마에게 아들이 하는 왈,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구해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가을을 맞아 오랫동안 신발장에 두었던 구두를 꺼내 신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항상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으로 동네를 배회하던 엄마가 구두를 꺼내 신고 다니는 게 낯설었는지, 첫째 아이가 현관에 놓은 내 구두를 보며 말했다. 

엄마 왜 이거 신어요? 운동화가 편하잖아요. 이건 좀 발이 아파 보이는데..."
"응, 불편해. 그래도 회사에서는 구두를 신어야 하거든."
"그래도 좀 많이 아플 것 같은데... 발을 아프게 해야 일을 할 수 있나 보네요"


  큰아들의 말에 무언가가 머릿속을 훅하고 지나간다.

  어떤 일은 구두를 신고 발을 아프게 해야만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업무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신고 있든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사무실에 도착하면 일과처럼 책상 아래 놓인 사무실용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일을 한다. 그러니까, 내가 구두를 신고 있는 시간은 오로지 출퇴근과 점심식사를 하러 회사 밖으로 나가는 순간뿐이다. 즉,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때.

  발이 아픈 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4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처음 겪는 상황에 방황하고, 실수도 많고, 내가 아는 게 맞는지 한번 더 확인해보고자 기존 직원들에게 물어봤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마음에 생기는 생채기는 며칠 밤낮을 쓰라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구두를 신고 회사로 향한다. 발을 아프게 하면서도 회사로 가는 것을 보면, 아직은 회사에서 주는 힘듦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고, 이 아픔이 얼마 가지 않아 덜할 것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힘들었겠지만,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좀 더 나은 미래의 내가 잘 버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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