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저 그런 하루 중에 하루였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책의 다음 시리즈가 나왔을지 기대하며 서점으로 향하던 길이었다.백화점과 쇼핑몰을 잇는 통로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게 보였다.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남편과 아이들을 재촉하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평소 특별 상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카메라가 여럿 보였고, 커다란 전광판에 전혀 예상치 못 한 인물이 한가득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신랑, 양동근이야! 양동근"
뭐? 양동근? 그 양동근?!"
우리 부부는 이게 진짜가 맞는 건가 하는 마음으로 무대 가까이 섰다. 역시, 그가 맞았다.
젊은 시절의 나는 양동근의 광팬은 아니었다. 다만, 시트콤 '논스톱',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그리고 '구리뱅뱅'노래를 너무도 좋아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얼굴 표정이 다 보이는 거리 안에서 힙합을 하고 있었다. 8월 밤 더운 날씨에 긴 옷을 입고, 모자를 객석으로 날리며, 땀을 쏟아내면서.
남편과 나는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잠시 세워두고 그의 무대를 한동안 지켜보았다. 20대 때는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양동근을, 아이 둘을 낳고서 이렇게 지척에서 보게 되다니!!
그가 부르는 노래는 내가 모르는 노래지만 그 노래를 듣는 나는 들떠 있었다. 이따금 그가 건네는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엄마, 저 사람 좋아했어?"
응, 엄마 세대 사람들에게 너무 유명한 사람이야"
연예인이었어? 그냥 아저씨 같은데..."
아니야, 진짜 멋진 사람이야"
남편이 아이들에게 힘주어 이야기했다.
그렇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우리가 무대를 지켜보는 내내 지루해했다. 모르는 연예인의 모르는 노래를 내내 서서 듣고 있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와 멀어지면서도, 양동근도 아이 아빠이니 이 상황을 이해해 주리라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남편은 차에 돌아오자마자 'begin again'에 소유와 함께 노래를 불렀던 양동근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사람이 진짜 연예인이었다고..?"
엄마가 나훈아의 콘서트에서 느낀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와 젊음을 함께한 누군가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본다는 건, 행간에조차 다 담기지 않을 만큼 큰 에너지를 뿜는다.
우연히 마주한 내 젊음의 한 자락은 여전히 건재했다. 그가 건재한 만큼 내 숨겨진 젊음도 똑같이 건재할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내 젊음의 한 자락, 반가웠어! 그리고 아직 남아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