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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Nov 10. 2023

관광지에서 주민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사는 곳은 부산이다. 어쩌다 보니 도로명 주소마저 부산답 '광안해변로'인, 광안리 바다가 지척에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집 주변 음식점에서 외식이라도 하려 하면, '캐치 테이블', '테이블링', '순번이'같은 어플로 미리 대기부터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잦다. 그나마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동네 식당인데도 대기하지 않으면 음식을 못 먹는다니... IT의 발달과 함께 '현지인들만 찾는 찐 맛집' 이런 건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그 음식점은 그 전날 저녁부터 앱으로 대기 걸어놓는다더라'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지라 아예 발걸음조차 안 했던 한 음식점. 오늘따라 아침부터 남편이 부산을 떤다.

대기번호 37번이래. 이따 가서 먹어보자"

  음식점이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앱으로 대기 등록을 마친 남편이 말했다. 점심 때 맞춰 먹으려고 순서 미루기를 했더니, 우리 바로 앞 순서 고객은 대기 번호가 80번 대였다. 와우! 진짜 대기 안 하면 못 먹었겠구나.

  음식점이 생긴 지 2년도 더 지난 것 같은데 난 이제야 '동네 맛집'을 가게 되었다. 이렇게 못 가 본 음식점이 아직 군데 더 있다. 타지 사람들이 나보다 우리 동네 맛집을 더 잘 알고 다는 게 가끔 아이러니하다.




  며칠 전에는 불꽃축제도 있었다. 덕분에 우리 집은 교통 통제구간에 들어갔다. 축제는 좋지만, 거주민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 날은 다른 곳에 가더라도 저녁 6시 전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하는 데다,  배달 음식과 외식은 애초에 단념을 하고 있는 게 속 편하기 때문이다.

   올 초에도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불꽃 축제를 했기 때문에, 이번 불꽃 축제에는 무덤덤했다.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있으니, 갑자기 남편이 수변공원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잔다. 격렬하게 집에 있고 싶었지만 원래 불꽃놀이에 관심 없던 남편이 내내 조르니 못 이기는 척 대충 슬리퍼 끌고 수변공원으로 향했.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수변공원에 나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울산까지 전철이 놓인 이후 울산에서도 불꽃놀이 구경을 온 사람도 많은 듯했다.

   개그맨 장동민의 영향인지 불현듯 저 불꽃놀이에 내 세금은 얼마나 쓰였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마도 내 세금은 첫 폭죽을 터트릴 때 이미 소진되었을 거다. 


  언젠가 대구에서 온 남편 지인은 우리 부부가 바다를 보며  감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에 퍽 안타까워하였다. 그는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여기가 해운대도 아니고, 광안대교가 저렇게 바다를 가로질러 막고 있는데 어디가 뻥 뚫린 거냐고 반문했지만,  광안대교가 바다와 너무 잘 어울리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사는 동네가 관광지라서 교통통제도 자주 생기고, 동네 음식점도 웨이팅 해야 하면 어떠랴! 불꽃축제 10분 전에 갑자기 보고 싶다고 나가더라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내가 사는 동네인데.

동네 맛집은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구태여 굳이 지금 꼭! 가지 않아도 된다. 내륙 사람들이여, 부산으로 많이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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