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Jun 12. 2024

'무엇'으로 떠오르는 사람

나는 어떤 것에서 사람들이 날 떠올릴까?

  40대라 추억할 것도 많아져서일까..? 이제는 안부조차 묻기 어려울 만큼 왕래가 없는 사람들인데 문득 특정한 것들로부터 상대방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회사에서 열심히 엑셀로 정리를 하는데 문득 이전 직장의 상사가 떠오른다. 엑셀에서 어려웠던 그 수식을 이전 직장 상사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마치 옆에서 수식을 교정해 주는 것 마냥 그 상사가 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 사람이 소환된다.

  또 하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고르고 있노라면 대학생 때 늘 '왕뚜껑'만 먹던 선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골프채를 보면 아빠에게 월급 모아서 골프채를 선물했다는 초등학교 동창이 떠오르고, 볼링을 하면 처음으로 같이 볼링을 했던 친구들과 이후에 팀전으로 함께 했던 다른 친구들도 함께 떠오른다.

  눈길에 구두를 신은 사람을 보면 언젠가 내게 야단을 치며 걱정해 주시던 버스 정류장의 모르던 아저씨들이 생각나고,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불안에 떨며 망설이는 사람을 보면 에스컬레이트가 무섭다며 못 타던 고등학교 동창생과, 내게 양해를 구하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내 팔짱을 꼭 끼고 탔던 이름 모를 할머니가 떠오른다.

이런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떠올라 옛 추억에 잠시 잠기다 보면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걸 보며 떠올릴까?'

  그 생각이 들면 공연히 나쁜 것에서 나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그럴 때마다 쿨한 척 속으로 되뇐다. 아무렴 어떠랴, 그게 내가 산 인생의 발자취일텐데..

그래도 이따금 궁금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물건에서, 또는 향기 나 상황에서 떠오르는 사람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