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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Oct 25. 2023

[사랑]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시를 들고 찌르던, 괴로움에 몸부림 쳐 발버둥을 치던 온전히 다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엄격하고 혹독한 기준을 그 사람에게 들이밀어 본 후에야 알았다. 그 틀에 맞춰 쏙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틀 자체에 밀려 점점 뒤로 밀려났다는 것을. 나 또한 그가 제시한 기준에 떠밀려 어정쩡한 자리에 발 딛고 서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사람을 품는다 생각했는데, 그 사람도 나를 품는다 말한다. 

서로 품느라, 아니 서로 자신이 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느라 앞에 서 있는 이가 누구인지도 분간을 못하게 돼버린 것 같다.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그 품음이 그 사람을 가두는 허울 좋은 울타리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나의 인내가 그 사람에게 공격이 될 수도, 조언이랍시고 내뱉는 말의 본연은 나 스스로에게 원하는 이상향을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 그 과정 자체가 사람을 마음으로 품는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마음에 품으니, 그 사람 덕분에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과 경험들이 내 마음 안에서 소용돌이쳐 그 사람이 뛰어놀 광장을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넓히고 있다.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이 되었던 그가 조심스레 만들어 온 그만의 우주를 가만히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동시에 나의 존재 자체를 그 사람에게 두려움 조금 담아 내던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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