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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Nov 16. 2023

[장사일기] 결정의 무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무겁고 강제적인

2023.11.14



1.

결정의 무게, 다른 말로 하면 책임이 너무 무겁다. 나이가 들면서 쥐꼬리만하지만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어쩌다보니 얽히고 섥힌 관계들이 많아지다 보니 한 번의 선택이, 생각보다 더 강한 무게감 내지 압박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꽤 짧지 않은 시간들을 지나오며 크고 작은 실패들이 쌓였고, 그 실패의 경험들을 통해 이 결정 또한 실패가 될 수 있음을.. 그 가능성이 있음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경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 

내가 저번 주에 결정한 매장 이전 계약체결 결정은 이 결정의 무게, 다른말로 하면 책임을 강제하는 압박이 상당하다. 내가 확신에 차서 무리한 계약체결을 한 것은 맞으나, 현 상황 보다 더 나은 상황을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결정한 것이다. 허나, 이 계약. 특히 권리금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다 못해 나를 향해 괄괄하게 쏟고 있다. 

가게가 다 나오는 이빨빠져 가는 상권이다, 누구나 좋다고 생각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쓰잘데기 없이 권리금이 비싸다, 뭐 이런저런 말들을 다 듣고 있는데 이즈음 되다 보니 처음에 긍정적인 몇 달 뒤를 상상하며 있던 나도 점차 좌불안석이 되어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 것이다. 

절정은 몇 일 전 가족들과의 회동에서 꽃을 피웠는데, 빚은 가족 전체가 부담하고 그 고통은 온전히 나눠가지게 되기 때문에 생각잘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다. 물론, 그 말은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왜 내가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변수들을 생각했는지, 현재 내가 직접 운영해 가고 있는 매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채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그 기류가... 나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지금이라도 번복하라고.

3. 

누군가에게 증명하기 위해 행위를 하는 것은 참으로 피곤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내가 매장을 이전하고 매출이 잘 나온다한들, '귀 귀울여 들어보기는 해야 하는' 말들을 쏟아냈던 그들은 당신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할 것이고, 내가 잘 안된다면 그제서야 "거봐, 내가 그랬지" 라고 말할 것이 뻔하다.

나이가 먹어가며, 내가 한 선택은 오직 나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을... 나와 관계된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지대한 피해를 준다는 것은 나 또한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말들과 현명한 예언을 듣는 것은 어지간히 스트레스다.

결정의 무게는 결국 내 자신이 짊어지고 가는 것. 결정으로부터 나오는 책임과 책무 또한 그 무게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니, 누군가는 내 결정을 그냥 온전히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응원이나 잘될거라는 말이 아니라 "아, 너는 그런 선택을 했구나" 라고 그 자체를 그냥 인정해 주는 것. 그런 따듯함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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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계약이 끝난 후,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극에 달해 몇 일 동안 틈만 나면 혼자 방안에 누워 있었다. 

하루 정도 빼먹었겠거니 하고 들어온 블로그에 3일 동안 일기를 안쓴 나를 보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구나 싶다. 

내가 이번에 한 결정의 책임은, 나의 존재 자체를 바로 서게 만드는 것. 

내가 한 결정들의 무게. 온전히 잘 지고 올라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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