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내 눈앞에 반짝이던 그 친구가 있다.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에 꾸벅 크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일방적인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없어 꾹꾹 누르다 보니 가슴이 막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던지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함께 오자 이야기 해 주었던 나를 위해 먼 곳에서 달려와준 내 친구가 어찌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본선 진출 선수 중에는 내 개인적 지인도 몇몇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 저녁식사까지 함께 했다.
각 선수분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친해졌을 무렵
"혹시 핸드폰 충전기 있으신 분 있으실까요?"
반짝이던 친구가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저 있어요!! 제 것 쓰셔도 됩니다."
"잘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편히 쓰셔도 됩니다 :) 제가 아끼는 건데 혹시 모르니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번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OT의 다음날 아침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일어났어? 짐 챙겨 집으로 가자. 빨리 가자"
"응?? 왜?? 스케줄 있어?? 너 스케줄 없다며?"
"아니 그건 아닌데 우선 빨리 가자 가자! 집에 좀 데려다줘 :)"
핸드폰 충전기를 핑계로 한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꾹꾹 참은 게 고작 일주일이었다.
- 안녕하세요. 혹시 저 기억하세요? OT 때 충전기..
- 기억하죠 :) 핸드폰 충전기 잘 가지고 있어요
- 아! 제가 좀 받으러 가도 될까요?? 괜찮을까요??
- 물론이죠. ㅇㅇㅇㅇㅇ학원입니다. 연습 때문에 늦게까지 있을 거예요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퇴근 시간의 기다림이 어쩜 이리도 길고 지루하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이쁘게 입고 나올걸, 향수라도 회사에 하나 정도 가져다 놓을걸 하며 구시렁거렸다.
퇴근길 정체를 뚫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학원에 비로소 도착했다.
마침 연습 중이어서 겸사겸사 연습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으며, 서로가 경직되어 있는 대회장이 아닌 편안한 모습이 어딘가 새로워 보였다.
이상하게도 작은 체구임에도 느껴지는 곧음과 단단함이 있었다. 상대에 대한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어 있었고, 보통 큰 무대를 준비함에 있어 떨릴 만도 한데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으며 이 직업 자체를 순수하게 무척이나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어찌나 반짝거리던지 온통 궁금한 거 투성인 사람이었다.
서로 우연히 만났겠지만
우연이 계속 거듭되는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우연 같지만 마치 운명처럼 필연이라 생각되는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내 인생 전부를 통틀어 내가 가진 모든 운을 모두 쏟아내어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인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운은 그때 모두 소진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