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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Jan 28. 2024

뚜벅이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2010년 늦은 면허를 취득했다. 세 번의 필기시험의 낙방은 면허 취득이라는 젊은 시절의 패기를 빼앗았고 서른이 다 되어서야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당시 할머님께서 가끔씩 편찮으셨던 터라 급작스럽게 내려가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면허 취득 후 바로 차량을 구입했다.


첫차를 구입할 당시 주변에서 어찌나 만류를 하시던지


"네 벌이로는 유지가 어려울 거야"

"아직 차 살 때는 아닌 것 같다"

"경차는 아닌 듯해"


딱히 그분들의 이야기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기에 어려운 와중에도 첫차를 구매해 연체 없이 완납까지 3년이 걸렸다.


할부가 끝나고 종각에서 난폭운전자로 인해 큰 사고가 한번 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 운전자는 도주) 내 차량의 앞 범퍼가 깔끔하게 소실되면서 경차의 위험성을 직접 경험하고 차량을 변경하기로 생각한다.



이때도 다들 만류하셨다.


"수입차 유지는 더 어려울 거야"

"사고 나면 수리비 정말 무섭게 나온다"

"아직 수입차는 아니야"


내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감사했지만 역시 내게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이 또한 어려운 와중에도 연체 없이 완납까지 4년이 걸렸다.


어찌나 타고 다녔던지 당시 대구는 기본이고 부산 왕복은 밥먹듯이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고장 하나 없이 내 곁을 묵묵하게 항상 지켜주었던 내 차 


17만 가량 되었을 때, 이제는 슬슬 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헤*딜러를 통해 속전속결로 판매가 되었다. 실은 이렇게 급작스럽게 판매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으로 고려했을 때, 판매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판매가 되고 나니 정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간 이 차를 타면서 좋았던 기억과 안 좋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래도 묵묵하고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었다는 생각에 여유만 있다면 정말 보내기 싫었던 내 소중한 친구를 보내려니 서글픔이 몰려왔다.


하지만 결국 다시 움직일 차량이 필요했고



하나같이 우려했던 차량을 구매하게 된다. 

딱히 큰 이슈 없이 잘 운행을 하다가 미국 관련 업무 협의가 진행되면서 차량을 급히 처분하게 되었지만 결과는 설레발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차량을 재차 구입한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조금 섣부르지 않겠나 싶어 현재 뚜벅이로 두 달여 지내고 있는 상황인데 이게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게 몹시 아이러니하다는 점이다.


현재 입장에서 하루를 생각 없이 살아가기에는 차량이 없는 게 확실히 이득이다.

이유는 왕복 6시간을 그냥 통으로 날려 버리는 것이 개인적 잡생각도 줄어들고 귀가 후 피곤함에 즉시 취침에 들어 오전에 깨어 하루를 시작함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그 6시간을 되짚어보자면, 무척이나 아까운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그냥 그런 시간으로 허비하지 않으려고 출 퇴근길 개인적인 명상 및 기도도 하고 영어도 공부하며 지내는 한 달여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지만 

아직 조금 더, 바지런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의 생각에 매일 발목을 잡는다. 

 


최근 외부 미팅이 잡혀 부득이하게 SOCAR를 이용했다. 

대여비 + 거리별 이용비용 및 톨비를 환산하니 생각보다 높은 금액에 다소 놀랍지 않을 수 없었지만

현재 내가 오늘을 다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는 생각에 놀라운 마음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이런 업무적 미팅을 주도적으로 올해 진행할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이제 다시금 네 번째 차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간 다들 이야기했던 내 가장 어려운 시기이며,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결국 내 젊은 시절을 왕성히 보낼 수 있는 시점에서 필요한 상황은 분명하기에 또 나는 무리를 하겠지만 후회는 없으리라는 대책 없는 확신이 든다.



지난해 나는 

내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내일이 부디 없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최근 내일을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내가 썩 나쁘지만은 않다. 


오늘 친구와 동료를 만나고 들어가는 길 


"괜찮아.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잘 될 것 같아"라는 내가 건네는 인사가 나 역시 어색했지만 이런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이었다.


올해는 확실히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지난해보다 조금 더 잘 되어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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