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자신감, 현실의 허탈함

취업&이직 일기

by 신푸름

올해 1월 한 달간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기 위해 서류전형, 필기전형까지 큰 산들을 넘고 있었다.

드디어 필기전형 합격까지 되면서 기대감을 가지고 면접일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면접일.

돌아보니 웃긴 것 같아서 그날 하루의 내 심경의 변화들을 적어봤다.


먼저 면접 전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사실들


1. 여자친구가 작년 연말 보고 온 신점에서 올해 상반기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은근히 기대)


2.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절의 주지 스님이 올해의 나의 전반적인 운이 굉장히 좋다고 하셨다.

(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올해 이직할 운이 있나?)


3. 병원 일반직 정규직 면접 당일 오전, 폭설로 인해 면접에 늦는 면접자들이 많다고 안내해 드린 면접 시간보다 여유 있게 오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안오길 바랬다)


4. 면접 보기 3시간 전, 미용실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으로 우회전하던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내 눈앞에서 벽에 콰직 박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걸음만 더 내디뎠으면 차에 치일 뻔했다.

(이건 하늘이 내가 면접 갈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닐까? 그런 기회면 대박 날 것 같은데?)


5. 우황청심원 1병을 먹으니 왠지 긴장이 안 되는 것 같다. 어제는 잘 외워지지 않고 버벅거렸는데 계속 연습했더니 자기소개는 입에 잘 붙는 것 같기도. 이것이 나를 잘되게 하려는 우주의 기운인가?




그렇게 나는 면접대기실에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지만 면접실에서 쓰고 매운맛을 보고 나와야 했다.


착각 후, 현실을 맞이하고 현타가 오고 난 뒤에 생각들.


1. 나는 하나님을 믿는데 왜 다른 신을 의지하려고 했을까. 혹시 그래서 벌 받는 건가? 하나님 죄송합니다... 내가 앞으로 신점 같은 거 믿나 봐라!! (이러고 비슷한 이야기 들으면 귀가 쫑긋할 것 같다...)


2. 면접까지 온 사람들이라 역시 쟁쟁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내가 준비한 자기소개는 초라해 보이네... 말은 왜 이렇게 잘하는 걸까. 근데 들어보면 내가 한 경력과 크게 차이는 없다. 역시 면접은 포장을 잘해야 해. 준비한 건 100인데 질문은 10 밖에 안 한다. 비한 내 모든 걸 보여줄 기회가 없다.


3. 아무리 폭설이라도 취업을 위한 젊은 청년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다. 우리나라의 취업 현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대기실을 채운 면접자들을 보면서 이기적으로 생각한 내 마음이 부끄러웠는데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 조용히 속으로 삭혔다.


4. 차에 치일 뻔했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있을 좋은 운을 거기에 써버려서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가 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그 운이 면접 때 쓰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5. 약국에서 우황청심원 5,000원짜리랑 10,000원짜리 중 고르라고 했는데 비싼 거 할 걸 그랬다. 5,000원짜리는 효과가 면접대기실까지만 유효했다. 면접 순서가 뒷 순서로 배정되는 바람에 면접실 들어갈 쯤엔 긴장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문득 내가 약 효과에 기대야 할 만큼 멘탈이 나약한가 생각이 들었다. 지고 들어간 것 같아서 면접실을 나오고 나서 조금 분하긴 했다. 그래도 부정적인 생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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