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취업&이직 일기

by 신푸름

저번에 본 면접은 떨어졌다.


면접장에서의 분위기로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지만 면접까지 올라간 게 오랜만이라 기대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는 도저히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 동병상련의 상황을 함께 이겨내 보기로 했다.


채용 공고에 면접 결과 발표가 언제인지 나와있지 않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가 초조해했다.

어떤 분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알기 위해 인사팀에 직접 전화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 결정될지 모르겠다는 불확실한 답을 받으셨다고 했다.

채팅방에 그 내용을 공유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온갖 말로 고구마 한입 가득 삼킨듯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메일로 결과가 온다고 공지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와중에 5~10분에 한 번은 받은 메일을 클릭해서 온 것이 있나 확인했다.

'받은 메일' 버튼이 소모성 물품이었다면 닳디 닳아서 반들반들해졌을 것이다.

새로 온 메일의 숫자가 올라가면 혹시나 하고 급하게 손을 놀려 클릭해봤다.

확인 후에는 이번에도 아니구나 하고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길 반복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업무에 집중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일주일 간 계속되었다.



면접 본지 딱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은 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어서 결과가 나와서 이 답답함을 끝내줬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친구한테 몇 마디 더 하려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찰나에 문자 알람음이 울렸다.

잠금화면에 '[Web발신][OO대학교 OO의료원] 최종 결과 발표...]라는 문자 내용이 미리보기로 떠 있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문자였는데 쉽게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기대하던 결과가 아닐 것이라고 안 좋은 상황을 먼저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괜히 기대했다가 아닌 것을 확인했을 때 실망감이 두려웠다.

결과는 메일로 보라고 하는 문자 안내에 따라 수없이 눌렀던 받은 메일함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이번 면접의 최종 불합격 메일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올해~내년으로 해서 공기업을 준비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마음 먹기 전 여자친구와 현실적으로 내가 이직할 수 있는 방향을 논해보기도 했고 취업 컨설팅도 받아봤다.

처음에는 나이와 경력, 스펙이 같은 나이 대의 취업준비자들과 떨어진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그동안 나름 노력해 온 나의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반발심이 들었고 자존심도 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썩은 곳을 도려내야 새 살이 차오르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바꾸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결론을 낸 방향으로 준비하기로 했는데 이번 병원 행정직이 운 좋게 면접까지 가게 된 것이 애써 잡은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결과가 발표난 하루는 솔직히 쉽게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화가 나면서 짜증도 나고 '내가 그만큼 자격에 못 미치나?, 이번에도 나이 때문인가?' 이런 자격지심이 생기는 나도 미웠다.

올라오는 화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곧 있을 시험 준비로 머릿속을 정리하기로 했다.

시험 준비가 급해서인지 생각보다 화는 빨리 가라앉았다.

하지만 머릿속 한편에는 계속 그 불합격 메일 내용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이전에도 취업준비를 하면서 수없는 탈락을 맛보았다.

서류에서 컷 당한 건 셀 수 없을 정도다.

본격적으로 이직을 마음먹고 서류를 이곳저곳 넣어봤다가 연락 없이 탈락당한 초기에는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탈락들이 마음을 크게 흔들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고 쓸데없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현실에 적응하면서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고심해서 정한 마음이었다.

오랜만에 받은 불합격이라는 결과의 어퍼컷을 세게 맞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휘청이었다.

방심했다. 최근에는 이직보단 자격증 공부한다고 시간을 보내서 이런 충격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예전에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되면 내 삶을 권투라는 스포츠에 적용해봤다.

그리고 그 상황이 주는 의미를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링 위에 올라선 프로 복서 같다고.

만화 속 링 위에 올라선 등장인물들은 누구보다 고독해보였다.

종이 울리는 순간 고독하지만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한 번 다운되었어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링 위에서 뿌리내리듯이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상대보다 오래 버티고 마지막 순간에 내가 서 있으면 된다.

세컨드들이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에 지쳐서 터덜거리면서 들어오는 선수에게 찬물을 얼굴에 끼얹고 정신을 차리게 하듯이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


일본 챔피언 타이틀을 반납하고 세계 타이틀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본 주인공이 마모루의 목표를 감탄해 하고 있을때 마모루의 말


라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내 마음에 찬물을 부어 정신차리고 또 다짐한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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