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날씨다.
아침에는 조금 얇게 입으면 춥다고 느끼지만 낮에는 햇살이 따스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진다.
옷을 어떻게 입을지 고민이 되는 시기다. 출근길을 생각해서 적당한 아우터를 입는 게 나을까, 낮과 퇴근길을 생각해서 얇게 입고 갈까. 고민하는 척하다가 매일 비슷한 복장으로 출근한다. 많이 걸으면 열이 올라올 것이니 적당하게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고 집을 나선다.
애매한 날씨만큼 나의 마음도 복잡, 애매하다.
4월 중 친한 친구 커플과 캠핑 가는 것을 계획했는데 이동수단을 놓고 굉장한 고민에 빠졌다.
차를 가지고 가면 차를 빌릴 필요가 없어지고 캠핑장소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캠핑을 끝내고 하룻밤 머물 친구네 집 주차장 종일권을 이용하면 복잡한 서울 시내의 주차 문제까지 해결돼서 좋은 점이 많다.
불안한 요소는 서울 운전은 해본 적이 없다는 것.
원주와는 달리 치열한 기싸움이 일상인 서울 시내 운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새로운 길을 운전하는 불안감도 있다. 요즘 내비게이션이 굉장히 친절하지만 새로운 길을 쫓는 것에 온 신경이 쏠리다가 길안내를 듣지 못하고 길을 잘못 들어가면 피곤해진다.
가장 불안한 건 내 마음 상태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운전대만 잡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여유를 찾기 힘들어진다.
운전은 생명이 걸린 일이라고 자체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워버리니 아무리 운전하는 장점을 찾아 눈앞에 들이밀어도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나만의 자가당착에 빠진다.
내가 운전의 부담을 이기면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4~5만 원 쓸 돈이 1만 원대로 내려가고 버스, 기차, 지하철 등을 타면서 환승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가 운전의 부담을 이겼을 경우다. 부담에 질 경우 운전하는 내내 저기압 상태일 것이고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이 느끼게 되면 그날 분위기는 박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박살난 분위기에 후회하면서 자책하는 내 모습이 저절로 상상된다.
내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게 편한데.
언제까지 서울 운전 안 하려고 했나. 이번에 연습삼아 해보면 되지 않을까.
운전에 연습이 어딨나, 사고 한 번에 인생 끝날 수도 있어.
다른 사람이 눈치챌 정도로 예민해질 거면 운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운전에 걱정이 많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큼지막한 자기 합리화의 방패를 든 나
생각의 변화를 꿈꾸는 예리한 칼을 가진 나, 둘의 싸움이 마음속에서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