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ica C35 AF - 010
1977년 출시된 코니카 C35 AF는 코니카 최초의 자동초점(AF) 필름 카메라로, 당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38mm f/2.8 헥사논(AF) 단렌즈가 장착된 이 카메라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초점이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 맞는 독특한 성능 때문에 "바보카메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이 예상치 못한 놀랍고도 매력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처음 이 카메라에 흥미를 느낀 건, 앤디 워홀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사용한 모델은 플래시가 장착된 C35 EF였다.
EF 모델은 주황색 포인트로 귀엽고 눈길을 끄는 반면,
내 C35 AF는 다소 무뚝뚝하고 네모 반듯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이 단조로움에 다소 실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투박한 매력이 점점 더 끌리게 되었다.
카메라를 처음 들고 촬영했을 때 가장 의아했던 점은 초점이 맞았는지의 여부를 촬영 후에야 알려주는
상태창이었다. 이미 사진을 찍은 후에 알려준다면, 이 기능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만약 카메라를 설계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꼭 한번 묻고 싶은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역시 헥사논 렌즈 때문이다.
라이카를 사용했던 경험이 있던 나에게 헥사논 렌즈는 익숙하면서도 궁금한 존재였다.
당시 사용했던 헥사논 렌즈들은 뉴트럴 한 색감이라 내 취향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자연스러운 색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C35 AF와 함께한 촬영은 늘 설렘의 연속이었다.
확실하게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도 엉뚱한 곳에 초점이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런 예상 밖의 결과물이 오히려 더 멋지게 표현되곤 했다.
특히 역광이나 실내 촬영에서 예상치 못하게 정확한 초점과 부드러운 묘사를 보여주었을 때, 이 카메라의 '바보 같은 천재성'에 놀라곤 했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이상하게 맥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 느릿하고 나른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거리계 바늘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귀여움을 더했다.
리프셔터 방식이라 그런지, 똑딱이답지 않은 특유의 소리가 매번 촬영할 때마다 귀를 사로잡았다.
알면 알수록 이 카메라는 특이했다.
필름을 다 쓰고 현상할 때마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드러운 표현의 사진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순간이 많았다. 자연물이나 꽃을 찍을 때는 더욱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주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앤디 워홀 역시 이런 독특한 매력에 빠져 이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지 않아 더 흥미로운 카메라, 코니카 C35 AF는 그런 매력으로 여전히 내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