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 2nd
한 장의 사진은 빛을 기억하고,
한 대의 카메라는 시간을 채집한다.
‘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는
기계에 대한 설명서가 아니다.
나에 대한 기록이며, 기억이다.
스튜디오의 EOS 5,
여행의 가벼움 OZ10,
작지만 단단한 A110,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의 유니오맷까지.
그들은 전원을 연결해 달라 말하지 않았고,
초점을 맞춰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누르는 셔터에 묵묵히 반응할 뿐이다.
나는 셔터를 끊었지만
결국 기록된 건 내 마음의 투영이었고,
찍히지 않은 장면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숀팬이 표범을 찍는 순간 벤스틸러가 언제 찍을건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그때의 명대사가
이 장면에서 난 전율을 느꼈다. 사진을 취미로 하던, 상업으로 하던 아마 이 순간의 낭만에 대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카메라를 정리하면서
몇몇 기계들은 여전히 필름이 장전된 채 놓여 있다.
그건 아직 찍지 않은 장면에 대한 예고이자,
완결을 허락하지 않는 여백 같은 것이다.
24번 혹은 27번, 36번의 기회가 존재한다.
이 12편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다시 사진을 처음 좋아하게 된 순간들을 떠올렸고,
자동과 수동, 고가와 저가, 해상도와 색감 사이의 논쟁이 아닌
그 모든 카메라가 허용한 감정의 프레임을 기록하고 싶었다.
사진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누구의 시선으로 어디를 바라보았는가에 대한 고백이니까.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나지만,
내 필름 카메라는 아직도 몇 번의 순간을 안고 있다.
다음엔 어떤 순간이 필름 위에 눌러앉을지,
조금은 설렌다.
빛이 좋든 흐리든 상관없다.
언제나 그랬듯,
그 소리는 결국,
드라마의 대사처럼 시간을 채집하는 순간이고 기회이니까.
— ‘나의 오래된 카메라 이야기’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