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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도 잔인하다

2화. 문 너머의 두드림

by hongrang

그날 밤,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녀는 식탁 위에 올려진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차가 식어가는 속도가 마음의 온도와 닮아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연하의 그가 있었다.

그는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그저 손가락으로 와인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요즘엔 좀 괜찮아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어.”

그 말은 거짓이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먼바다의 파도처럼 출렁이는 감정이 숨어 있었다.

기다림의 그림자, 후회의 냄새, 그리고 잊히지 않는 얼굴.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그 안에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사랑은 늘 두 곳을 향해 있었다 —

지금과 과거, 현실과 기억.


밤은 천천히 깊어졌다.

그녀는 세탁기를 돌리고, 식탁을 정리했다.

작은 일상의 움직임들이 마음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듯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제는 괜찮아.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 순간,

“쿵, 쿵, 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바람소리인가 했다.

하지만 곧 또 한 번, 더 강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홍랑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이 시간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남자 이감독.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리다, 결국 포기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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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디자인과 콘텐츠로 확장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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