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바다로 도망친 마음
소라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날 아침, 방 안에는 아직 따뜻한 공기가 남아 있었다.
홍랑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소라는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숨소리가 평온할수록, 마음은 더 불안했다.
사랑은 때로 평화로워서 무서운 법이었다.
가방 하나.
옷 몇 벌, 낡은 카메라, 그리고 작게 접은 노트 한 권.
그녀는 그 가벼운 짐으로 자신을 속였다.
그 말 한마디가 너무 무거워서,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문을 닫았다.
기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흔들렸다.
겨울 끝자락의 하늘은 낮고, 바람은 서늘했다.
그녀는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자신이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이감독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한때 그녀의 전부였던 사람,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아파오는 존재.
그는 여전히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그러나 말은 아끼는 사람.
그는 커피를 건네며 조용히 물었다.
소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피잔 위로 올라오는 김이 금세 사라졌다.
그 사소한 증발이, 그들의 관계와 닮아 있었다.
강릉의 바다는 잔잔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그 속에는 묘한 평화가 있었다.
소라는 모래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때 그녀가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그 얼굴이었다.
이감독이 말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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