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단어가 참 먼 상황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버텨야 한다. 버티고 싶다. 버틸 수 있을까를 매일매일 되뇌이며 살고 계신 분들이 있다.
2017년 5월, 40대 후반 여성 두 분의 가정을 방문했다.
한 분은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 키우는 A씨이고, 한 분은 자녀가 어린 시절 이혼 후 혼자 살아온 B씨이다. 두 분을 만나 뵙고 마음 한편이 유독 무거웠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짧은 시간 상담을 통해 듣게 된 그분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매우 무겁고, 그 무거움이 덜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이다. 아니, 그 어려움은 상당시간 오래 지속되기가 쉽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40대 후반이면 20대 30대를 지나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할 때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어색한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 너무 많다. A씨는 도박, 폭력 문제를 가진 남편과 이혼한 후 어린 두 자녀를 홀로 양육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은 계속 어려웠고 한 자녀는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아픈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A씨는 직장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졌고 가정의 경제적 상황은 더 나빠졌다. 최근 한 자녀는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시도를 하여 A씨는 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B씨는 젊은 시절부터 정신건강상 어려움이 있었다. 결혼 후 자녀를 낳고 얼마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생활 하였다. 어린 자녀는 남편이 양육하기로 하고 이혼을 하였다. 병원치료 후 퇴원하여 혼자 살아왔지만, 정신질환은 주기적으로찾아왔고, 몇 년 전 부터는 남들이 잘 알아챌 수 없지만, 본인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신체적 질환까지 갖게 되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더 깊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님은 B씨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해 못마땅해 하시고 B씨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써서 이제는 얼마 안 되는 임대보증금까지 낮추며 버티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분들과의 상담 후 가능한 몇몇 공공복지서비스를 안내하였다. 그러나 그 서비스가 그분들의 삶의 어려움을 제거하기에 충분치 않음을, 나도 그분들도 잘 안다.
이분들이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현재의 사회복지 제도 하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복지서비스를 제공 하더라도 그 어려움들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나의 바람은 복지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버틸 수 있다는 위안을 주는 정도로 마련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서비스 공급자의 일원으로서 참 부끄럽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350여 가지가 넘고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안내하는 복지제도가 270여 가지가 넘는다는 정부의 복지사업 홍보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40대 후반 여성 두 분과 만나며, 나는 대도시의 왕복 8차선 도로 한곁에서 잡화 몇 점 펼쳐놓고 노점상을 하는 기분을 느꼈다. 조금 덜 부끄러웠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분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존경을 보낸다. 입으로 전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힘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