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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라 Nov 26. 2023

어젯 밤 우리 집 소파가 지구에 떨어졌다

<김자라 단편소설>

https://brunch.co.kr/@d115665f857d4c6/9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에는 진로를 방해하는 소행성들이 삼각형 모양으로 널려 있다. 태양계 여행에 방해가 되는 소행성들은 오랜 시간동안 골칫덩이로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재적인 사업가가 나타나 소행성들을 몽땅 사들이고는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소행성들은 생김새가 제각각이면서 구성요소도 다양해서 다른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 '나만의' 기념품으로 적합했다. 특히 가구나 장식품으로써의 효용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기념품으로 소파를 사다 줄 요량으로 소행성 가구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찾으시나요?"


팔이 네 개, 눈이 세 개 달린 직원이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다가왔다. 옷인지 피부인지 모를 곳에 달린 이름표에서는 <위-륌비>라고 쓰여있었다.


"어.. 소파를 좀 찾고 있는데요. 엄마한테 선물하려고요"


"어머 손님, 태양계 여행 기념품을 사러 오신거군요?"


"네, 엄마한테 선물하려고요."


위-륌비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세 팔로 박수를 치면서 한 손으로 날 잡아 끌었다. 어머, 손님, 이번이 첫 여행이신가봐요. 어디서 오셨어요? 마침 어머니께 선물하기 딱 좋은 상품이 들어왔지 뭐에요~ 그녀는 카탈로그용 컴퓨터를 조작하더니 스크린에 소행성 하나를 띄웠다. 


"얼마 전에 저희 소행성대에 들어온 소파에요. 요즘 지구에서 돌침대 유행하는 거 아시죠? 돌-소파! 앉기만 해도 엉덩이가 마사지 되는 효과가 있답니다."


돌-소파라, 소행성 치고는 드물에 윗면과 아랫면이 평평하고 심지어는 팔걸이처럼 돌출된 부분도 있었다. 다른 행성계에서 유행한다고 하면 껌뻑 죽는 엄마에게 딱 어울릴 선물이었다. 가격도 10만 돌란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걸로 주세요. -손님 주소지가?- 안드로메다 은하계 243Eb 행성이요. 행성 앞까지 오시면 마중 나갈게요."


"마침 지금 배송비 할인 이벤트도 하고 있어요, 손님. 어디보자.. (계산기를 두드린다) 단돈 15만 돌란이에요."


"15만 돌란이요? 무슨 배송비가 5만 돌란이나 해요?"


"지금 안드로메다로 가는 택배 총파업 기간이라서요. 우주 특급 워프 배송이 안 되고 일반 배송만 가능하세요. 이것도 30퍼센트 할인 들어간 가격이에요."


위-륌비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합장-마주보는 손끼리-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품 가격의 반이나 주고 배송을 부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상품을 포장해달라고 말했다. 위-륌비는 궤도 반대편에 있는 소행성을 찾아가 온 사방을 특수 밧줄로 꽁꽁매고 내 우주선에 연결해주었다. 


"손님, 상품 크기가 크진 않아서 대각선으로 잘 세워 넣으면 우주선 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귀찮아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태양을 통해 스윙바이(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항법)로 비행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특수 밧줄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지구 위를 지나갈 때 즈음이었다. 우주선이 태양에 가까워지자 특수 밧줄이 그대로 끊어져버렸다. 끊어지는 순간 우주선이 투-웅! 하고 튕겼다. 나만의 돌-소파는 지구 중력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가끔 소행성들이 지구로 떨어지는 일들이 드물게 있었으나, 일부러 타 행성에 소행성을 던지는 것은 불법이었다. 특히 지구처럼 아직 우주 문명이 발달하기 전의 행성은 보호 차원에서 블루 벨트로 지정되어 있었다. 6천만년 전쯤인가 장난으로 거대 소행성을 지구에 던졌던 투척범의 말로가 떠올랐다. 공룡의 멸종이 그 소행성 때문이니 아니니 말이 많았지만 투척범은 결국 블랙홀 형을 받고 은하수 중심 블랙홀에 던져졌다.


나는 떨어지는 소행성을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소행성은 지구로 끌어당겨져서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쿵!


큰 연기를 내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적이 드문 작은 집의 마당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연기가 걷히고 나서 보인 소행성, 아니 운석의 모습은 주먹만한 크기였다.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나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나 이외의 목격자는 없다. 그렇다면 저 운석만 주워오면 나는 완전 범죄를 저지른 게 되는건가?


나는 빠르게 우주선의 역출력을 이용해 지구로 착륙했다. 아뿔싸, 이미 누군가 운석에 다가가고 있었다. 집에서 나온 큰 여성과 작은 남성이었다. 큰 여성은 벙어리 장갑 같은 것을 손에 낀 채로 구덩이 안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몇 번 운석에 손을 대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돌아섰다. 아마 대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상당히 높아져있을 것이다.


그들이 집으로 들어간 순간 운석을 가지고 나오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현관에 보안장치라도 되어 있으면 지구인과 마주칠 위험도 있었다. 대신 합법적으로 집 안으로 침입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알아보니 지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이곳저곳에 접근이 쉬운 사람을 유튜버라고 한단다. 지구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유튜버'처럼 치장하고 말투를 연습했다. 동이 틀 무렵, 나는 고개에 빳빳히 힘을 주고 실전에 나섰다.


띵동-


흠흠- 초인종이 울리는 사이에 목을 가다듬었지만 집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띵동-


"저기, 아무도 안 계세요?"


띵동- 


"저.. 저는 13만 유튜버라고 하는데요, 안 계시나요?"


네 번째 초인종을 울리려는 순간 큰 여자의 목소리가 현관문에서 흘러나왔다.


"네, 무슨 일이세요?"


"저, 어젯밤 있었던 추락 사건 때문에 그러는데요. 혹시 마당을 잠깐만 봐도 괜찮을까요?"


"...... 저희 그런 거 몰라요. 뚝-!"


아, 이럴수가. 낭패다. 유튜버라는 게 되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하는 수 없이 큰 여자나 작은 남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지구의 인간들은 아주 바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건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해가 동쪽에서 높게 뜨자 사람들이 집 앞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나 나를 잡으러 온 우주경찰이 있을까봐 식겁했지만 다행히 우주경찰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손에 쥐는 것부터 어깨에 매는 것까지 다양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나는 그 혼잡함을 틈타 담을 넘어보려 했으나 머리가 새하얗게 샌 할아버지의 지팡이에 정수리를 얻어맞았다.






최후의 수단은 나 스스로 자수하는 거였다. 고의로 내 돌-소파를 떨어뜨리지는 않았지 때문에 정상참작되지 않을까. 한숨을 쉬며 우주경찰에 연락을 했는데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돌아왔다.


"여기 지구에 운석연구센터라는 곳이 있거든요? 여기를 통해서 저희가 실수로 떨어뜨린 소행성들을 회수하게 돼요. 그래서 회수 비용만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소행성도 그대로 돌려드려요. 단, 대기 마찰 때문에 녹아버린 부분을 보상해드리지는 않아요."


결국 나는 추가로 10만 돌란을 내고 주먹만해진 돌-소파를 돌려받았다. 5만 돌란 아끼려고 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지, 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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