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미래가 시작됐다

1.스타트렉 닥터후 울트라맨을 중점으로

by SF mania

0. 이 모든 이론의 시작

과거 블랙미러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근미래의 기술 발전과 그 악용에 대해 다루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인데 그중에서도 제 눈에 뜬 에피소드는 USS 칼리스터라는 스타트렉을 패러디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스타트렉, 그중에서도 TOS(The Original Series. 1966.)의 분위기를 따오면서도 재치 있게 그려낸 에피소드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악역 로버트 데일리는 스타트렉에 집착하는 소위 '너드' 캐릭터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던 중 제가 우연히 발견한 이스터에그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로버트 데일리의 컬렉션 중 울트라맨(1966)의 악역 괴수 '우주 공룡 젯톤'이 놓여있는 자그마한 이스터에그였습니다.


아마 로버트 데일리가 스타트렉을 좋아하고 그 당시에 나온 SF 중 하나인 울트라맨의 괴수 피규어를 가져다 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끝났겠지만 과몰입기질이 있는 오타쿠인 저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스타트렉과 울트라맨 모두 1966년 SF고 1966년에 등장한 SF가 또 뭐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6년에는 스타트렉, 그리고 울트라맨 말고도 제가 좋아하는 SF인 닥터 후(1963)의 2대 닥터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입니다.


닥터 후는 1963년작이니 완전 다른 년도가 아닌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닥터 후가 1963년 작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렉과 울트라맨과 묶일 수 있는 이유는 있습니다. 닥터 후가 본격적인 SF를 표방하기 시작한 건 2대 닥터부터입니다. 그리고 2대 닥터는 1966년부터 시작되었죠.


미국, 영국, 그리고 일본의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SF 세 가지가 1966년으로 묶이는 것에 대해 저는 이 사실이 60년대의 사회 시스템과 여러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 창작물 그중에서도 특히 SF가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에는 여러 비약과 허점이 있지만 이 3가지 SF 시리즈에는 비슷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66년의 이 세 작품뿐만 아니라 60년대 SF가 근본적으로 공유하던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1960년대의 낙관적 SF 붐

1960년대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리는 SF가 텔레비전에서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여기서 낙관적인 미래란 국가나 인종 간의 전쟁이 없거나 묘사되지 않고 우주로의 진출을 긍정적이고 가능하게 묘사하며 에너지 고갈에 대해서는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 낙관적인 미래는 과학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현시대도 물론 과학 기술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60년대의 과학 기술에 대한 긍정적 믿음은 지금과 궤를 달리합니다. 현재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의 명암을 아주 잘 압니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고 한계가 있다는 걸요. 무한한 에너지는 현재로썬 불가능해보이고 우주 진출 또한 현재 정체된 상황입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문제를 낳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환경오염이 있겠지요. 하지만 60년대의 과학 기술에 대한 긍정적 믿음은 이러한 문제를 가까운 시기에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60년대의 대표 SF인 스타트렉, 울트라맨, 닥터 후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스타트렉 TOS: 이념 갈등이나 인종 차별이 사라진 사회와 과학과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1966년 9월에 첫 방영한 스타트렉은 인종차별과 이념갈등이 사라진 미래의 인류를 다룹니다. 행성 연방이라는 국가를 초월한 거대한 연방이 나와 인류뿐만 아니라 행성 연방에 소속된 외계인들은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갑니다. 이는 냉전의 국수주의를 넘어 전 세계가 하나의 이상적인 정부 아래에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빈부격차 또한 물질 재조합 장치로 인해 사라졌으며 연방이 아닌 외계인들(클링온, 로뮬란)과 다투기도 하나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유토피아에서 다른 행성에 모험을 떠나는 것을 주 플롯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스타트렉에서는 반물질과 다일라튬 크리스털이라는 가상의 광물을 사용해 에너지의 한계가 사라진 미래 시대를 그렸습니다. 또한 워프 드라이브라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빨리 가는 엔진이 아닌 공간을 접어서 이동하는, 별과 별 사이를 순식간에 주파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워프 드라이브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반물질, 그리고 다일라튬 크리스털이라는 가상의 광물 덕분에 인류는 이 기적적인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질 재조합 장치로 인해 스타트렉의 인류는 자원을 둘러싼 쟁탈전을 벌이지 않습니다. 결핍에 대한 공포로부터 해방된 것입니다. 이 무한한 에너지를 통해 스타트렉의 인류는 타인을 침략하는 대신 우주 각지로 진출하는 평화적 팽창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타트렉에 주연들이 속한 스타플릿은 군사 조직이 아니라 탐험을 중점으로 한 준군사조직입니다. 이들의 주목적은 탐험과 외교입니다. 이러한 스타트렉의 설정들은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결핍, 전쟁, 차별로부터 벗어나 낙관적 미래를 그렸음을 보여주고 또한 이 중심에는 당시 60년대의 사회가 기술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울트라맨 : 전 인류가 연합하여 세운 국제기구와 과학기술과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1966년 7월에 첫 방영한 울트라맨에는 과학특수대라는 국제기구가 등장합니다. 과학특수대는 세계 여러 국가들이 협력하여 세운 국제기구로 파리에 지부를 삼습니다. 울트라맨이라는 초인적이면서도 선한 외계인이 등장하여 외계인의 침공이나 괴수의 공격을 막는 것 같아 보이나 그전에 과학특수대라는 국제기구가 괴수와 외계인을 막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한 울트라맨의 과학특수대는 군사조직이 아닌 설정상 국제 과학 경찰 기구의 하위 조직입니다. 과학특수대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울트라맨 또한 스타트렉의 스타플릿처럼 과학의 힘으로 괴수,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과학에 대한 60년대 사회의 강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울트라맨이라는 거대 외계인이 나타나 괴수와 외계인을 해치우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트라맨 마지막화를 보면 울트라맨은 우주 공룡 젯톤(블랙미러에서도 나왔던)이라는 괴수에게 패배합니다.


마지막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우주공룡 젯톤과 그의 주인 젯톤 성인들이 과학특수대를 공격하고 젯톤은 주인공 하야타 신(울트라맨)을 가볍게 이깁니다.(참고로 하야타 신이 울트라맨으로 변신하는 겁니다.) 사실상 울트라맨은 사망합니다.


이 순간 과학특수대는 펜슬 폭탄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젯톤을 파괴합니다. 이는 울트라맨(1966)의 서사가 울트라맨이라는 신적 존재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스스로 과학기술을 통해 지구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과학특수대의 대장인 켑틴 무라마츠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지구의 평화는 우리 인간의 손으로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렇듯 울트라맨(1966)의 엔딩은 초인(울트라맨)이 패배하고 인간의 과학 기술(과학특수대)이 최강의 적을 물리친다라는 외부의 구원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과학 기술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며 인류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미래를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닥터후 (1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와 2대 닥터의 시작)- <The tenth planet>에피소드의 국제 우주 사령부

닥터후의 1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1966년 10월에 방영되었습니다. 1대 닥터의 마지막 이야기임과 동시에 시리즈의 성격이 변하는 근본적인 분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대 닥터에서도 달렉이라는 외계인이 등장했으나 1대 닥터는 역사 교육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저도 1대 닥터의 에피는 SF 적인 분위기가 적어 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에 반해 1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인 The tenth planet은 국제 우주 사령부가 등장해 사이버맨이라는 외계인(이때의 사이버맨은 2005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뉴시즌의 설정과 달리 외계인이 몸을 기계부품으로 교체한 것입니다.)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이 에피소드 또한 인류가 협력하여 국제 조직을 만들고 우주 진출을 긍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이후 방영한 2대 닥터부터는 좀 더 SF 분위기가 많이 등장하고 우주가 배경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외계인 침공도 더 늘어나고요.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는 재생성이라는 획기적인 설정이 등장합니다. 닥터후에서 재생성이란 닥터가 속한 타임로드라는 외계인들이 가진 능력으로 죽음에 상황에 놓일 때 자신의 몸의 에너지를 방출해 몸 전체를 새것으로 만드는 능력입니다.


저는 이 능력이 가진 일종의 메타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66년의 사회는 스타트렉의 워프 드라이브가 공간의 한계를 에너지로 돌파했듯, 죽음조차 에너지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믿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성을 통해 1대 닥터는 2대 닥터로 변화하였고 그리고 드라마 또한 기존의 역사 교육 포맷에서 본격적인 SF 드라마로 전환됩니다. 또한 2대 닥터(패트릭 트로턴)은 1대 닥터(윌리엄 하트넬)과 달리 권위보다 실용과 과학을 중시합니다. 2대 닥터는 더벅머리에 헐렁한 옷을 입고 엄숙함 대신 기지와 유머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2대 닥터는 실용과 과학으로 무장한 1960년대의 새로운 세대가 역사에 등장했음을 알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정립된 기지 공방전(고립된 기지를 외부의 위협 예: 외계인 으로부터 방어) 포맷은 스타트렉과 울트라맨이 보여준 과학 기술에 대한 60년대의 긍정적 믿음을 잘 보여줍니다. 그 이유는 1대 닥터와 달리 2대 닥터가 압도적인 과학 기술을 활용해 외계인이라는 적을 물리치기 때문이죠.


또한 The tenth planet 에피소드는 닥터 즉, 영웅 한 명의 천재적인 능력이 아닌 기지 대원들의 조직적 저항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사이버맨의 침공을 막아냅니다. 이는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든 시스템, 그리고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60년대의 긍정적 믿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기도 합니다.


우선 60년대 대표 SF 세가지의 예시를 통해 당대 사회가 낙관적인 미래를 그렸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글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현재 60년대 SF에 대한 분석은 더 이어집니다. 다음 글은 60년대의 SF의 또 다른 예시 그리고 이런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었던 이유와 그리고 그런 미래상이 어떻게 붕괴했는지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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