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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하와 Apr 28. 2021

저기.. 이상한 사람이 와서 병을 가져가

행인이 빈 병을 담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밴쿠버 처음 와서 쓰레기 버리는 날, 창문 밖의 광경에 신기했다.. 생전 처음 보는 행인이 우리 집 앞에 와서 빈 유리병을 담고는 가져간다. 그리곤 옆집에서도 유리병을 담아서 간다. 맥주병, 와인병, 음료수병 등등.. 말이다. 저 사람은 누구지? 놀란 나는 남편에게 “자기야, 저기.. 이상한 사람이 집 앞에 병을 가져가.”라고 말한다. 남편은 “응 그냥 가져가게 놔둬.”...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가져가게 놔두는 거야. 아, 그렇구나.



내가 사는 동네는 주택가라서 앞집 옆집 주택이 붙어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 차가 돌며 가정집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따로 쓰레기장이 없고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집 앞에 길가에 쓰레기통을 내놓으면 된다.



몇 주가 지난 뒤 쓰레기 버리는 날 설거지를 하는데, 번쩍번쩍한 아우디 자동차를 타고 한 사람이 우리 옆집에서 빈 병을 모아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오잉!? 황당 시추에이션쓰.. 저렇게 작은 돈이라도 아끼고 모으는 습관으로 아우디를 샀나 싶었다. 한국과 다르게 캐나다에서는 제품을 살 때 특히 식품류 (병맥주, 와인, 주류, 음료수, 주스류)를 살 때 마트에서 내는 가격에 공병 값이 포함되어있다. 다 마시고 나서 공병 수거장에 가져가면 공병 값을 되돌려준다. 아마도 분리수거를 장려하기 위해서 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고..



어떤 날은 주유소에 주유하러 갔는데, 어떤 젊은 건장한 청년이 주유소 쓰레기통을 뒤져서 공병들을 구르마에 모아서 간다. 그래도 감사한 게 남의 것을 훔치거나 마약에 빠지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저렇게 얼마 안 되지만 공병이라도 모아서 쓸 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물론 멀리서 지켜만 봤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라도 저런 정신력이면 이겨내고 뭐든지 하겠다 싶었다.



서울도 그렇지만 밴쿠버도 시내로 나가면 주차료가 만만치 않다. 주차료에 손을 바들바들 떠는 남편을 보고 “자기야, 우리도 공병 모아서 주차비로 쓰자~” 물론 마트에서 우리가 냈던 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공짜 돈 생긴 느낌이라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집 베란다에 하나둘씩 병을 모아서 토요일 아침에 공병 수거장으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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