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벤하와 Jan 23. 2021

유모차 끌며 열심히 조깅하는 엄마들

우와 아기 엄마야 운동선수야!?

밴쿠버 사람들은 남녀노소 운동을 참 좋아한다. 추운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열심히 달린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운전자 앞에 달리는 자전거가 있다면 자전거 속도보다 느리게 서행을 하면서 자전거가 사라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는 곳이다. 서울에서 온 나는 처음엔 조금 이해가 안 됐다.




남편이 운전할 때 옆에서 나는 “저 사람들은 왜 여기서 자전거를 타? 자동차가 못 가잖아.” 남편은 옆에서 “나도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있어. I am one of them.”이라고 한다. 서울이라면 아마도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위험하다고 여기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동차가 너무 빠르게 달려서 자전거가 들어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곧 적응을 했고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막상 운전을 해보니 내가 탄 네 바퀴 달린 큰 고철덩어리가 혹시라도 자전거를 건드릴 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속도를 못 내겠다.





우리나라는 한강공원, 양재천, 탄천 등 산책로에 자전거가 다니지만 밴쿠버는 자동차 도로에 자전거가 다닌다. 모든 길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산책 전용 도로는 그런 것 같다. 어떤 산책로는 강아지 출입 금지이고 바로 옆 담장 뒤로 샛길이 있는데 거기에 강아지 전용 산책로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로나 조깅 전용길에는 자전거도 개도 없어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커플룩을 입은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한다. 어르신들 보고 귀엽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스크 뒤로 한 미소였지만 보였는지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신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걷고 있는데 내 뒤에서부터 누군가 달려온다. 새까만 옷을 입은 원더우먼 같은 체구의 여성분이 유모차를 끌고 전력질주를 해서 달린다. 보기만 해도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어머나 세상에 아직 아기를 낳아본 적 없는 나보다 몸이 더 탄탄하다. 근데 더 신기한 건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유모차 안의 아기가 괜찮은지 햇빛 가리개를 열어 한 번 보고 햇빛을 다시 가려주고 체크하면서 뛴다는 거다.





사람들도 신기한지 유모차 안에 아기가 있냐고 물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 아기가 안에 있어요.” 그러곤 돌아서  뛰어간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항상 달린다. 언제부턴가  엄마가 함께 뛴다. 유모차를 각각 밀면서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 다들 살려고 뛰는구나!


그렇지..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아직은 아기를 낳아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겠다는 감은 있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건 안다. 육아를 하면서 밀려오는 우울감과 많은 감정들을 조깅으로 떨쳐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뛰는 아기 엄마들은 너무너무 가벼워 보이고 몸도 정신도 무척이나 강인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다른 누구보다 더 힘차게 열심히 뛰는 엄마들을 보는 순간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되는데 그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뛰지 않는다. 저 엄마들은 본인보다 아기를 돌봐야 해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넘치지 않는데 저들은 넘쳐 보인다. 뛰어야겠다. 나도 열심히 운동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겨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매일 남편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