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아기 엄마야 운동선수야!?
밴쿠버 사람들은 남녀노소 운동을 참 좋아한다. 추운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열심히 달린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운전자 앞에 달리는 자전거가 있다면 자전거 속도보다 느리게 서행을 하면서 자전거가 사라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는 곳이다. 서울에서 온 나는 처음엔 조금 이해가 안 됐다.
남편이 운전할 때 옆에서 나는 “저 사람들은 왜 여기서 자전거를 타? 자동차가 못 가잖아.” 남편은 옆에서 “나도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있어. I am one of them.”이라고 한다. 서울이라면 아마도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위험하다고 여기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동차가 너무 빠르게 달려서 자전거가 들어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곧 적응을 했고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막상 운전을 해보니 내가 탄 네 바퀴 달린 큰 고철덩어리가 혹시라도 자전거를 건드릴 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속도를 못 내겠다.
우리나라는 한강공원, 양재천, 탄천 등 산책로에 자전거가 다니지만 밴쿠버는 자동차 도로에 자전거가 다닌다. 모든 길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산책 전용 도로는 그런 것 같다. 어떤 산책로는 강아지 출입 금지이고 바로 옆 담장 뒤로 샛길이 있는데 거기에 강아지 전용 산책로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로나 조깅 전용길에는 자전거도 개도 없어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커플룩을 입은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한다. 어르신들 보고 귀엽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스크 뒤로 한 미소였지만 보였는지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신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걷고 있는데 내 뒤에서부터 누군가 달려온다. 새까만 옷을 입은 원더우먼 같은 체구의 여성분이 유모차를 끌고 전력질주를 해서 달린다. 보기만 해도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어머나 세상에 아직 아기를 낳아본 적 없는 나보다 몸이 더 탄탄하다. 근데 더 신기한 건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유모차 안의 아기가 괜찮은지 햇빛 가리개를 열어 한 번 보고 햇빛을 다시 가려주고 체크하면서 뛴다는 거다.
사람들도 신기한지 유모차 안에 아기가 있냐고 물어보니 환하게 웃으며 “네, 아기가 안에 있어요.” 그러곤 돌아서 또 뛰어간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항상 달린다. 언제부턴가 두 엄마가 함께 뛴다. 유모차를 각각 밀면서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아, 다들 살려고 뛰는구나!
그렇지..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아직은 아기를 낳아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겠다는 감은 있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건 안다. 육아를 하면서 밀려오는 우울감과 많은 감정들을 조깅으로 떨쳐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뛰는 아기 엄마들은 너무너무 가벼워 보이고 몸도 정신도 무척이나 강인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다른 누구보다 더 힘차게 열심히 뛰는 엄마들을 보는 순간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되는데 그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뛰지 않는다. 저 엄마들은 본인보다 아기를 돌봐야 해서 에너지가 부족하면 부족했지 넘치지 않는데 저들은 넘쳐 보인다. 뛰어야겠다. 나도 열심히 운동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겨도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