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 살이 첫 집 > 남편은 거제도 바다, 난 충청도 산골 출신이다. 남편은 학업을 위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객지생활을 했고, 난 일곱살 때부터 줄곧 도시에서 살았다. 남편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래서인지 결혼 때 남편의 소원이 도시근교(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릴적 외갓집에 다녀온 뒤로 나는 깜깜한 시골의 밤이 무섭다. 게다가 운전도 못하고 시골에는 차가 자주 다니지도 않는다. 아이들 병원 다니기가 힘들며 마트도 없다. 안 되는 이유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결혼생활 내내 남편은 시골을 그리워했다. 상사병을 앓는 사람처럼 운전하다가도 벼 심은 논이 보이면 차문을 열고 냄새를 맡곤 했다. 길가에 깨밭을 지날 때면 깨는 이렇게 터는 거라며 신이나 했다. 남편의 시골사랑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결혼한 지 십일 년 만에 여러 가지 이유로 시골살이를 결심하게 됐다. 시골에 살 곳을 찾던중 아는 선배가 있는 동네를 방문했다. 시내서 삼십분 남짓 들어가는 나지막한 산아래 조용한 마을이었다. 느낌이 아늑했다. 마을 앞으로 기다란 저수지가 있었다. 하지만 마을에서 살만한 집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이 여기 와서 뭐한다꼬, 나이 많은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라며 연신 손을 내저으셨고, 간혹 대견하다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어렵게 마을 내에서 방 한 칸에 입식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집을 구하게 되었다. 시멘트로 된 마당은 제법 넓었고, 그 한켠에 풀로 우거진 텃밭도 있었다. 할머니가 혼자 사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1년정도 비워둔 집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에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반가웠기에 급히 이사를 했다. 작년 2월, 우리의 시골살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