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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Feb 24. 2021

강아지 망고, 고양이 치타 그리고 오늘

시골 강아지와 고양이

2주 남편이 과수원 어른의 일을 도우러 갔는데 창고에 강아지 네 마리가 있었다.

아이들이 평소에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어 했었고 아이들이 있으니 한마리 가져라 했단다.


2년전에 데려온 유기견 강아지를 일주일만에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있어 조심스러웠다. 강아지는 생명이고 책임질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남편은 자신이 있었을까 아니면 아이들의 친구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까. 데려오고 싶은 눈치였다. '풍산개'라고 엄청 좋은 혈통이라며 흥분된 눈치였다.


오래 시간 끌면 날 설득하지 못할 꺼라 생각했는지, 일하고 돌아오는 자전거 바구니에 하얀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네 마리가 좁다란 우리에 함께 있었다는데 어찌나 꼬질꼬질한지. 몸이 가려워 계속 긁어대서 목욕도 시켜 주었는데 씻겨 놓으니 좀 훤하고 잘생겨 보였다.

앉아 있는 폼이 망고를 닮았다고 막내 아이가 '망고'라고 지었다.  이번엔 자기가 이름 지을 차례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망고는 같이 있던 형제들과 떨어져서 그런지 며칠 낑낑대며 불안해했다.

다행이 지금은 마당에서 잘 뛰어다니고 사람만 보면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  따라가는 자와 도망가는 자>


그동안 마당을 차지하고 있던 길고양이 '치타'가 '망고'를 처음 봤을 땐 경계하며 질투했다.

조그만 강아지 녀석이 호기심에 자기에게 자꾸 들이대서 털을 바짝 세우고 앙칼진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망고는  멋모르고 치타를 졸졸 따라다녔다.

애정공세가 통했는지 귀찮기는 하지만 이젠 가까이 와도 도망가거나 맞서지는 않는다.

그러나 치타가 예민한 날엔 앞발을 휘젓기도 하고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가 얼마나 사이가 좋을까 싶지만 그래도 한 공간을 공유해야 할 처지니 저희들끼리 서열정리가 필요한가 보다.


남편이 산책하러 갈 때 틈틈이 데려가서 운동을 시킨다. 그래서인제법 튼튼해 보인다. 아이들은 아직 강아지랑 친해지는 연습 중이다.

망고 마당에 풀어놓으면 자기 혼자 곧잘 노는 편이다. 방학이라 아이들도 강아지 덕분에 바깥놀이가 늘어 좋다. 


방에서 키우지는 않지만 먹이나 물도 챙겨주고 변도 치워야 하는 것이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망고는 지나가는 새나 동네서 개 짖는 소리에 민감하게 맞소리를 짓어대는 탓에 밤이면 시끄럽고 조심스럽다.

역시 개를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구나.


우리 망고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처럼 키울 순 없다. 그저 매일 보게 되는  존재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빨리 풀려야 친구들도 집에 놀러 와서 망고랑 놀아 볼 수 있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나 개나 매이고 갇힌 것은 하나인 듯 싶다. 선뜻 놀러 오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답답하다.



다시 오늘...

오랫동안 '집'사람으로 살아서일까 이젠 내가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을 때가 많다. 

아직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새싹이 피기 시작했다. 봄은 코앞에 이미 와 있고 꽃씨 심을 일도 기대가 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빈 밭이지만 갈고 심고 물주면 얼마나 화창해질까 생각이 들 땐 기분이 좋아진다.


겨울동안 동굴같은 생활을 했던 나인데 이제 생활을 청산하고 활기차게 살아봐야겠다.

환경이 주는 고립감 보다 힘든 것은 마음의 허전함 같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속이 차지 않아서 느끼는 허함이다.


오늘도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말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해 본다. 그래서 내안에 좋은 것이 나쁜 것을 밀어내도록 아니 정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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