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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un 22. 2021

우리가 진짜 먹고 있는 것은 뭘까?

- 시골의 발견 : 농약치는 날

이른 아침부터 비행기 소리같이 '웅~' 하는 것이 들려 밖으로 나갔다. 근처 과수원에선 희뿌연 것을 뿜어내는 빨간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농약 살포차'인데 생긴 모양 때문에 '딱정벌레차'라고 부른다.

주기적으로 뿌리는 농약은 바람을 타고 집 마당까지 전달된다. 언제일지 몰라 내 코는 늘 냄새를 감지하고 있었다. 햇볕 좋은 날 환기라도 시켜보려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농약차 소리에 재빨리 닫아야 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공기로 들이마시고, 때론 지하수로 토양으로, 최종적으로는 우리 입으로 먹게 되는 과실들조차 과연 안전한 것일까. 무농약 먹거리들은 가격이 비싸고 파는 곳도 많지 않다.

텃밭농사를 지어보니 약을 쓰지 않고 식물을 키우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자급자족이 목적이라 아직은 남편의 수고로운 관리 덕분에 비교적 친환경 먹거리를 먹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상품을 키우는 생계형 농가라면 역시 농약의 유혹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약을 치면 모양좋고 실한 과실을 얻을 수 있으니 상품가치도 높아진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먹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좀 투박하고 못난이를 먹어도 약을 덜 치거나 안친 것을 먹이고 싶다.


"그럼, 직접 키워 먹어라."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실제 우리집 앞마당 살구나무는 이미 병들어 몇 년째 열매를 거의 못 먹고 있다. 내가 키워 먹을 수 없으니 더 어려운 일이다.


귀촌 첫해엔 고추밭에 약을 안쳐서  병이 와서 거의 버렸다. 이듬해 그나마 천연액비(막걸리효소 액비)로 겨우 버텼다.

과실나무는 손이 많이 가고  병충해를 잘 입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모른 채 먹기도 하지만. 농약치는 것을 직접 보니 올해는 왠지 과일을 덜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몇 년 전 봤던 일본 영화 '기적의 사과'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처절히 몸부림쳤던 한 농부의 이야기이다.

사과는 농약 없이 못 키운다는 오랜 관습을 깼던 사람. 한 사람의 희생과 노력 끝에 친환경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른다.

나는 머리로만 친환경이고 싶지 실제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반성하게 된다.


안 먹을 수 없는 과일, 부디 농약 조금만 치고 풍작하실 수 있길 바래본다. 의식있는 청년들이 농사에 뜻을 갖게 된다면 꼭 친환경농사 지으시길 부탁한다.


오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세대가 바로 잡아야 한다.

맛있는 과일은 부디 꼭꼭 씻어 껍질 잘 까고 먹어야 한다. 그게 빈말이 아니였구나 이제 알겠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하나라도 실천하는 오늘이 되어 보자.

시골생활 유독 반응하는 냄새가 몇 가지 있다. 쓰레기 타는 내, 농약 살포, 해충방제(모기차) 냄새이다. 모두의 공통점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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