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오답과 정답은 따로 없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 수학 문제나 시험공부를 하면서 오답노트를 쓰고는 했다. 오답노트를 썼던 이유는??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개념을 다시 복습하기 위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틀린 문제를 적고 풀이과정을 쓰면서 자세하게 쓴다면 틀린 이유와 부족했던 개념, 다음에 어떻게 해야 맞게 접근할 수 있는 지와 같은 개선 방향까지도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신기한 점은 이렇게까지 쓰고 나서도 같은 문제를 또 반복해서 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서 다시 오답노트에 같은 문제를 적는다. 나중에는 그 문제를 썼던 것도 잊어버릴 때도 있는데 한꺼번에 펼쳤을 때 같은 문제가 여러 번 쓰여있는 것을 볼 때면 같은 것을 여러 번 틀리는 나 자신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들면서 동시에 이렇게 자주 실수하는 유형을 ‘기록’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찾아냈다는 성취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생각의 오답노트는
단 한 번도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이상할 정도로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생각에는 수학 문제처럼 정답과 오답이 없다고 하지만 항상 나는 내가 했던 생각에 후회가 없거나 최선을 다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좌절하기만 하면서 계속 고여있기만 했다. 생각에는 오답이 없다. 왜냐하면 어떤 생각 하나도 앞으로 다른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벽한 오답은 없다. 그러나 ‘미완성’ 일 수는 있다. 나에게 안 좋은 감정, 즉 후회나 자책과 같은 감정만 남은 생각인 채로 내 안에 남게 되면 그것은 나의 일부가 되고 곧 나의 자존감이 되고 나의 성격이 된다. 이미 했고 경험한 그 어떤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현재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일지라도 말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고치고 싶은 생각을 하나하나 적으면서 생각의 오답노트를 작성해 나갈 것이다. 내가 했던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어보고 그 생각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생각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비교해서 적는다. 생각이 난다면 전자의 방식으로 생각했던 이유도 적으면 좋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의 유형을 정리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리할 수 있는 한 마디나 나에게 건네는 위로로 마무리한다.
이 오답노트에 몇 개의 생각의 문제들이 들어갈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내 안에 고여있는 생각을 밖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오답노트의 가장 큰 의미는 과거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겠다는 나의 처절한 노력이고 미래를 향한 나의 의지이다. 항상 ‘생각’과 ‘내면’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크게 잃어왔다. 생각의 오답노트를 다 쓸 때쯤에는 내가 이 부분에서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