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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ul 26. 2022

불문과 취뽀 여정기

7. 마인드셋

불문과-통대를 나왔거나 과정이거나 준비하는 후배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도 있고, 나 스스로 다짐하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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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대 졸업시험 한 번에 통과하지 못했을 때 슬퍼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슬퍼해도 된다!


2020년 12월 대망의 졸업시험을 봤다.

너무 떨리고 부담감이 컸다. 안 그래도 제일 자신 없는 동시 AB인데 첫 시험으로 배정되다니... 시험을 보고도 망쳤다는 생각으로 그날을 마무리했다. 아무리 긍정 회로를 돌려도 망친 게 너무도 분명해서 부모님에게도 거짓말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달가량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래서 불합 두 글자를 볼 때 타격이 덜했고 곧바로 재시험 준비를 했다. 당시에는 내가 루저 같고 앞날이 깜깜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럴 것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그 힘든 상황과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나 자신을 깎아 먹을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재시험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더 많더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했을 때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를 받았기에  인생의 첫 실패와 좌절이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시간을 견디면서 내 스스로가 많이 튼튼해지고 자랐다.

- 이미 서류에 통과하고 면접을 가면 대학원을 2년 안에 졸업했는지 못했는지 같은 건 신경도 안 쓴다. 애초에 면접관들이 잘 모르신다. 자신이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지만(어려운 과정을 한 번에 끝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약점이 되지 않으니 이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다.  


* 입사 지원할 때 겪었던 실패, 좌절과 이겨낸 경험을 적는 항목에 나는 이 경험을 항상 적었다. 어려운 경험일수록 내용이 풍부해지는.. 아이러니의 혜택을 받았다.


* 한 과목만 준비했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은 소홀했다. 나는 연습을 안 하면 실력이 확확 떨어지는데, 눈앞의 시험에만 급급해서 정작 업무에 필요한 순차 통역에 자신이 없었다.

졸업 후 곧바로 있었던 대사관 통역직 시험을 앞두고 많이 후회했다.

십 분이라도, 한 텍스트라도 좋으니 순차는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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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련 경험으로 공백 기간을 줄이자.

- 한국 문학 번역원


재시험을 준비하면서 일을 할 여유는 없었지만  고정적인 스케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아는 언니가 추천해준 한국문학번역원 수업을 수강하고 싶어서 서류를 준비하고 간단 면접 후

2021년 4월부터 12월까지 특별과정을 수강했다.

정규과정은 좀 더 수업 횟수가 많은 것 같고, 특별과정은 일주 한 번 수업이다.


- 수업 전 : 한 팀의 멤버들이 정해진 분량을 나눠서 번역해 선생님께 보낸다.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께서 첨삭을 해서 보내주신다.


- 수업 :  첨삭된 번역본을 비교하며 (총 두 팀) 이야깃거리에 따라 토론을 하고 답을 찾는다.

다들 열정이 넘쳐서 정해진 수업시간보다 한 시간을 훌쩍 넘어 수업을 마무리하곤 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한 적도 있는데 갈수록 수업이 더 짜임새 있어지고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듣고 보완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문학을 번역한다는 것의 매력과 그 깊이와 풍부함을 조금이나마 느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귀중한 시간이었다.

학교 수업 없이 오롯이 혼자 지내야 할 때, 아무 소속 없던 내가 소속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다.


* 사기업 취직을 할 때 공백기에 대한 질문이 꼭 들어온다. 나는 어떻게 보면 졸업이 한 학기 미뤄지고, 그 사이에 문학번역원 수업을 들어서 그 덕에(?) 공백기 질문은 받지 않았다.


* 자소서 작성 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동, 협력한 경험 및 나의 역할을 작성하라는 항목도 필수적인데 번역원에서 한 권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 겪였던 과정을 적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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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료 소중함


- 문학번역원에 다양한 이력과 경력의 멤버들이 모여서 더욱 다채로웠다. 제각각 히스토리가 풍부해서 만남과 대화가  즐거우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모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지금은 해외 영업이라는 길 위에 섰지만 통역과 번역을 사랑하고, 같은 내용을 고민한다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공감과 고충을 나누는 관계가 있어 너무도 좋다. 친구, 가족, 남자 친구와 또 다른 에너지를 주는 관계는 특히나 힘든 취준 기간에 꼭 필요하다. 특히 우리같이 특수한 전공과 직무는 서로를 만날 기회가 적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지난번 만남에서 취준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에 취뽀 소식을 전하고 축하를 많이 해주셔서 너무 기분 좋고 감사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들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


- 소중한 온라인 상의 인 : 블로거

온갖 류의 검색을 통해 많은 블로거 분들을 알게 됐고, 그분들의 경험과 생각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궁금한 점 등  댓글을 통해 질문했다. 모두 성의 있게 진심 어린 대답을 해주셨고 너무도 감사한다. 현직자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주기에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이 시리즈를 작성하는 이유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작지만,, 도움 되는 글로 그분들께 보답하며 선순환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도움을 청하면 다들 선뜻 도와주시기에 손을 내밀어봐도 좋을 것 같다.


- 온라인 상의 인연  : 미라클 모닝 모임

한창 힘들어서 생활 패턴이 무너졌을 때 다시 바로 잡으려고 미라클 모닝 모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니 서로를 알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몇 번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해외 영업 현직자도 계셔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열심히 성실히 사는 분들, 본받고 싶은 어른과의 만남..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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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못 먹어도 GO. 경험한 만큼 알게 된다.

- 네이버 엑스퍼트


졸업 이후 일 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방면에 도전을 다 했다. 일단 시작하니 무엇이 내게 맞고 안 맞는지, 내가 부족한 점, 나의 강점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해외 영업이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에 서게 됐다.

아직 나 자신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서,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서, 두려워서 등등의 이유를 이겨내고 일단 부딪혀서 해보면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이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네이버 엑스퍼트 등록을 하라는 연락이 을 땐 좀 고민을 했다. 당시에는 뭔가 타인에게 알려지기 싫은 맘이 컸다고 할까...(관종 ㅠ..)

일단 싫은 맘을 이겨내고 등록 해두니 가끔씩 연락이 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활동을 통해서 내 진로 방향성을 잡는데 참고할 수 있었다.


1. 번역 의뢰

- 단순 상담을 해드리다가 번역 의뢰를 받았는데, 첫 의뢰라서 원문 파악 및 단가 계산을 생각지도 못했다. 하시는 정보를 간략히 설명듣고 랑스어로 된 원문을 내가 직접 찾아 번역해드리는데... 5만 원에 3만 자를 번역하는데 힘들었다. 쪕 ,,,

- 그 외의 번역 의뢰는 프랑스 유학 서류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motivation) 정도.


* 역은 역시나 힘들구나 느꼈고, 애초에 네이버 엑스퍼트는 재능 기부로 생각했다.

프랑스어의 경우 것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100퍼센트 역부족이다.


2. 기타 의뢰

- 프랑스어로 가게 이름, 패션 브랜드 이름, 패션 기획 컨셉 및 옷에 들어가는 문구 의뢰가 몇 개 들어왔다. 나는 패션을 아주 사랑해서 열정적으로 임했다. 나는 프랑스어를 잘 알지 프랑스 자체는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주워듣고 보고 들은 게 많아서 정보들을 정리해서 드리고, 스스로 더 찾아서 드리고, 의뢰인들과 같이 상의하면서 너무도.. 재밌었다. 그렇게 재의뢰로 이어진 적도 있고, 그중 한 분과 친구가 됐다.


* 이 활동을 하면서 나도 이렇게 "내 것"을 깊숙하게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아이템이 확실한 제조업체의 통역사가 되고 싶었는데 -> 통역사를 안 뽑아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직무인 해외 영업에 관심을 두고 목표로 삼았다.


* 네이버 엑스퍼트는 내가 어떤 형태의 업무에 잘 맞는지 파악할 수 있는 고마운 창구가 되어줬다.


+ 합격했지만 안 가기로 결정한 한 기업에서 나의 엑스퍼트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시기로 했다. 이런 꿀 같은 일도 있더라고. 사람들이 잘 아는 브랜드에 발가락만 담가도 인정을 받니 기회가 되면 등록해두는 것,, 개꿀!


* 내가 두려워서, 어차피 나랑 안 맞아(번역)라는 생각으로 실제 해보지 않았다면 새로운 목표를 세워도 직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계속해서 실패 행진을 했어도 ,,,  힘내서 계속 도전한 오뚝이 같은 나를 칭찬다.


+ 필요없는 경험은 없다. 그래서 합격했지만 다른 면접도 가보는 것이다. 나와 더 잘 맞는 곳을 찾을 수도 있고, 적어도 여러분께 정보를 더 드릴 수 있으니 뭐든 이득이다. 최대한 뭘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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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정은 결과를 남겨야 한다.


앞서 적은 것처럼 4,5,6월에 정말 많은 정보를 찾아다 때 어떤 분 블로그를 방문했다.

 "과정은 결과를 남겨야 한다."는 글귀가 내 가슴에 팍 꽂혔다.

당시에 번역 pm과 무역 직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따로 수강하는 인강을 손에서 놓고 있었다. 어차피 해외 영업이 아니면 필요 없는 자격증.. 이렇게 어둡게 생각했었는데 이 글귀를 보고 + 몇 달 동안 공부했던 것이 아까워서라도 시험을 등록하고 보러 갔다.

비 오는 날 경기도까지 가사 (접수를 늦게 해서 서울에 자리가 없었음/ 무역영어 보실 분들 빨리 접수하세요. 상시지만 자리가 금방 찹니다.) 시험을 봤는데 생각보다 높은 점수로 합격해서 기뻤고, 그 덕에 해외 영업 지원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날 아침까지 문제지를 열심히 풀고, 이동하면서 봤던 보람이 있었다. 그 기세에 힘입어 무역 실무 교육까지 마무리 잘해서 수료증 받았. 무역 관련 경험이 0인 내게 소중한 두 줄자...  실제로도 무역영어1급 자격증을 준비하며 실무에 필요한 용어들을 배울 수 있고, 기업들의 지원 자격에 들어가기도 하니 따두면 좋다. 내용 파악하고, 영어를 좀만 할 수 있으면 난이도는 쉽다. (인강 4주+문풀 3일- 문제은행 식으로 시험 출제되니 최근 기출 위주로 풀면 중복 문제 많다.)


* 면접 갔을 때 이런 추진력을 어필했고, 모두 좋게 봐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임팩트가 있었음 ㅋㅋ

"저는 추진력이 있습니다. 해외 영업이라는 목표를 세우자마자 바로 관련 실무 교육을 수강하고, 무역영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목표를 이뤄내는 실행력으로 맡은 일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필했었다.

오글거리지만,,, 내게 별 관심 없었던 본부장님이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팍 드시면서 날 응시하셔서 열정의 눈빛을 함께 쏴드렸다.


앞으로 인생 살이에서 꼭 필요한 이런 귀한 글귀를 남겨주신 그 블로거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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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긍정 회로를 마구마구 돌리기.


여기서 말하는 긍정은 낙관과는 다르다.

통대만 졸업하면 뭐든 하겠지,, 류의 낙관은 날 망친다. '무작정 잘될 거야'가 아닌 안 좋은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잘 풀어내도록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신에게 잘 맞는 여러 방법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 운동과 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많이 했다.

- 주말에도 잘 못 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말은 맘껏 즐기고 쉬었다.

-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체력, 인내심, 방향 설정 못할 때) 과감히 다 내려놓고 좋아하는 활동을 미친 듯이 했다. 등산을 취미 삼으며 체력도 기르고 분위를 전환하니 새로운 방향이 보였다.


* 긍정 회로의 결과


- 졸업시험에 떨어진 경험, 취준을 오래 하면서 겪은 실패의 경험들이 다 나의 자산이 되어 주었다. 오히려 모든 과정이 내게 다 도움이 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다.

< 재시험 준비하며 (서류 상) 공백기 없이+번역원 다니며 실력도 오르고, 동료도 생기고+진로 탐색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 전공이 아닌 해외 영업을 준비하며 "나이"에 대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벽을 느꼈는데 이 또한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해외 영업 관련 글에 자세히 적겠다.) 일단 통대를 졸업하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니까 이후에 취업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큰 걱정거리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 나이를 그냥 헛으로 먹은 것이 아닌 만큼 쌓인 경험과 내공을 어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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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내가 자랄 수 있는 기회여서 감사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전에는 끌리는 대로 살아왔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항상 담담하게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임하겠다. 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32살이 돼서야 어른의 문턱에 들어섰다. 현명하고 성실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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