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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Jun 07. 2022

다육이를 살려라!

Daily life

얼마 전 새로 심은 다육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달랑달랑 겨우 달려있는 잎사귀를 톡 건드리니, 주변의 잎사귀까지 한 번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이렇게 또 다육이가 죽는 것일까!




다육이를 키우는 것은 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번 자리를 잘 잡은 다육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반면, 멀쩡히 잘 자라다가 이유도 모른 채 손쓸 틈 없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과습으로 죽고, 해를 너무 많이 보면 열기에 쪄서 죽고, 공기가 너무 안 통하면 습기에 무름병이 생겨 죽기도 하며, 그렇다고 물을 너무 안 주면 말라서 죽어 버린다.


몇 해 동안 잘 크던 다육이들도 방을 옮겼을 뿐인데 떼죽음을 당해 버렸다. 아마도 겨울 동안 해가 잘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무름병에 당하지 않았나 싶다. 작은방에 옮겨놓고 들여다보지 않은 동안 하나 둘 수명을 다해 빈 화분만 남아 버렸다.


그렇게 빈 화분인 채로 한동안 방치하다가 올봄에 다이소에 가서 1,000원짜리 다육이 모종을 잔뜩 사 가지고 왔다. 빈 화분을 새로 산 생생한 모종들로 모두 분갈이해주고 물을 듬북 준 뒤 해가 잘 드는 방에 두고 며칠을  매일매일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새로 심은 다육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런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 얼마 후 다시 들여다봤을 때는 다육이들 상태가 이상해져 있었다.


자주 물을 주는 아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방심하고 들여다보지 않은 사이 통통했던 잎사귀 한쪽이 어둡게 변해 물컹거리고 있었다. 물컹거리는 잎사귀 하나를 떼어내려 툭 건드리니 멀쩡해 보였던 통통한 잎사귀들도 후드득 함께 떨어져 내렸다. 필시 무름병인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톡톡 건드려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나머지 잎들을 모두 떨궈 버렸다. 다행히 멀쩡한 잎사귀 두 개가 살아남고 줄기도 무사해 보였다. 아직 뿌리까지 상한 게 아니길 바라며 바람 잘 부는 창가에 꺼내 놓았다.





며칠이 지나도 쪼그라든 다육이는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다육이 화분 몇 개를 더 점검하니 역시나 후드득 잎을 떨구든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물을 많이 줘도 문제, 조금 줘도 문제, 해가 너무 뜨거워도 문제, 해가 없어도 문제, 바람이 강해도 문제, 바람이 안 통해도 문제......


사람이나 짐승이나 식물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너무 마음을 써도 너무 무관심해도 문제인 것도, 아무리 들여다봐도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도,,



다이소의 1,000원짜리 다육이 모종은 1,000원 이상의 노력을 들이고, 귀찮음과 성가심을 견뎌 내고도 살아나지 못했다. 결국 쪼그라든 다육이가 사라진 빈 화분은 새로 사 온 1,000원에 6개짜리 스위트 바질이 차지해 버렸다.


이번에는 스위트 바질을 잘 키워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먹겠다는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또 한 번 정성을 들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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