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전을 도전하자 Dec 15. 2022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화분

율이를 소개합니다.



화분을 키우게 된 계기


 3주라는 기간 동안 훈련소에 다녀오게 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삶에 잠시 거리를 둬야 했었다. 나의 부재를 채워주는 나의 분신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싶을 때 이 화분을 보며 위로가 되길 바라는 생각이었다. 화분의 종은 '율마'이다.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유명한 화분 중에 하나이다. 이름을 '율마'에서 율을 가져와 '율이'라고 지었다. 잘 들으면 유리라고도 들리기 때문에 율을 강조해서 말을 해줘야 한다는 유의할 점이 있다. 


 계기를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화분을 키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훈련소에 돌아오고, 다시 율이를 돌보면서 느낀 점은 살면서 식물과 함께하는 것도 참 좋겠구나를 느꼈다. 식물을 키우는 것만큼 큰 도전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생기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을 키우라고 권유하는 이유는 삶의 고요함을 배우게 된다. 화분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 내가 물을 주든 안 주든 변함없이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가 더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우리는 살면서 삶에 고요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치열하고, 경쟁하는 사회에서 고요함을 지니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이다. 식물을 키우며 고요한 존재와 늘 함께하다 보니 나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율이'는 물을 매일 줘야 하고, 햇빛을 보여줘야 하고, 바람도 쐬어주어야 해서 늘 함께한다.) 


<고요한 존재 옆에 머문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 '망중한'이라는 단어가 있다. 바쁜 속에서도 얻어낸 틈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아무리 바쁜 출근 시간에도 아침에 '율이'에게 물을 주고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망중한 시간을 얻어내서 율이 에게 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망중한 시간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 더 신경을 써줄 수 있고, 삶의 여유를 가지려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이러한 배움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기에 한 번 키워보라고 권유를 해보고 싶다.


 '율이'는 산책을 좋아한다. 어이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율이'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 참 재밌다. 마치 하나의 레옹이 된 것처럼 한 손에 식물을 지니고 걸어 다니다 보면, 모두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산책을 자주 하는 사람을 보기 드물다. 산책하기에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기에 그런 것 같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귀찮음을 이겨내야 하는 관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면 좀 더 나가기 용이하지 않을까는 재밌는 의구심을 던져본다. 산책을 하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재밌는 이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겨울이 되었다.>

 이제는 밖에 두면 '율이'가 얼 것 같았다. 하지만 햇빛을 보여줘야 하고, 바람도 쐬야 해서 안에 들여오진 못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뿌리가 얼지 않게 양말을 덮어주었다. 식물에 관심도 없던 내가 '율이'를 키우게 되면서 나보다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이러한 애정과 관심을 쏟게 되면 자신을 돌볼 줄 아는 힘이 길러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연애를 하게 되면 자신이 변한다는 이유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외롭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제한되거나 힘든 사람이 있다면 식물을 길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용도 정말 들지 않고, 신경 쓸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 그러니 집 앞에 있는 꽃집에 가서 자신과 닮은 화분을 하나 고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3대 30치는 헬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