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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장주인장 Dec 16. 2024

뭐 필요한 거 없수?

제1화 귀곡산장


 90년대 인기 개그 프로그램 중 

 '귀곡산장- 뭐 필요한 거 없수?' 있었다.

 당대 인기 스타들이 산장 손님으로 나와 

 마지막 대부분을 주인이든 손님이든 까무러치 듯 놀라며 끝났는데 

나름 재밌고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라

나 역시 매주 빠지지 않고 시청하였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어느 날,

그 개그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의 현실이 되었다.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구 주소- 제주 소길리 산 **번지. 

신 주소- 유수*서길 **


2014년 2월 어느 날. 


제주에서 40년을 살아도 단 한 번도 발 디딘 적 없는 유수암, 

그곳에서도 꼬불꼬불 숲과 밭으로 둘러 싸여 있는 농로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면 보이는 언덕,

그 곳에 자리한 산장. 

붉은 체리빛에 낡은 목조 건물 두 동과 2월이라 마른풀과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스산한 넓은 정원,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양 까마귀가 '까악 까악!' 소리를 내며 나무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귀신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검은 숲이 산장을 감싸고 있고 

거기다 유독 구름과 안개가 많은 곳.

바로 이곳 산장에 산장지기로 왔다.

우리 네 식구가.


서두에 비친 글에서도 느껴지겠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계약하면서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곳 산장에는 손님이 없는 게 아니고 아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숙박업이 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번갯불에 콩 볶듯 계약하고 이사까지 온 지 1 주일.

손수 인테리어 한다고 주문한 물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 차 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왕래가 없었다.


     '이곳이 우리 네 식구의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걱정에 한숨을 내뱉다가도,


      '그래 뭐, 이제 고작 1주일인데...'


그렇게 위안하며 하루하루를 더디게 보내던 어느 날 밤, 

공간을 울리는 벨소리.


        '따르릉, 따르릉...!!'


파열음에 가까운 전화벨소리에 허리가 곧추서는 긴장이 몰려오는데

요 며칠 스산한 날씨에 창 너머 보이는 어두운 숲과 맞물려 내심 두려웠던 모양이다.


남편과 나는 '니가 받아라, 네가 받아라' 무언의 실랑이를 벌이다 

흡사 조폭 눈빛을 지닌 남편에게 지고만 내가 수화기를 들었다. 


        " 여보세요? (' 아 아... 상호 상호!') 무수암, 무수암 산장입니다"


다급히 상호명을 얘기하는데.


        "**일, 이 날짜에 방 있나요?"

 

 '헉!' 젊은 남자 목소리다.


      "왜 우리 집에...?!"


아이들 키우는 집에 손님 들이지 마라.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철저히 지키는 나였기에 무의식에 툭 내뱉는 나의 말이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했나보다.


      "예? 영업 안 해요?"

      "아, 아... 네 합니다, 합니다."

      " **일,  이 날짜에 방 있나요?"

      "몇 분이시죠?"

      "3명요, 저 포함 친구 3명입니다.


헉! 그럼 남자만 3명!?


      "그럼 남자만 세분요?"

      "네"

      "아 잠시만요, 방이.. 방이........."


나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묻어났는지. 


      "됐습니다, 다음에 예약할게요."

      "아 네."

   

 첫 예약 문의에 독려하지도 않고 덤덤히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 오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누구야?"

        "손님인데, 남자만 3명이래."

        "남자만 3명?!"

        "응, 방 없다 했어."

        "잘했네."


영업 시작하고 처음으로 걸려온 예약 문의는 무성의한 주인장의 응대로 불발,

그렇게 우리 네 식구의 산장지기의 삶은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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