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진상요...? 반사요.
근 한 달간 예약 문의 전화조차 없자 모 플랫폼에 저가로 올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여보...(앗!)(헤헤) 무수암 산장입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중년의 남자다.
"숙소에서 한라산이 가까워요?"
그 순간 고갤 들어 한라산을 보았다.
'언제 저렇게 멀어졌냐...? (쩝)'
산 끝자락에 자리한 중산간이라고 해도 거리가 있다.
"성판악 코스로 등반할 겁니다."
'성판아악악?'
어리목 코스는 바로 위 쪽이라 차로 20분이면 가지만
성판악은 180도 반대쪽이라 차로 1시간은 족히 넘게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도 모르게...
"네, 가깝습니다."
나의 되지도 않는 이 말이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거라고는 그날은 생각하지 못했다:
9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한라산에 간단다.
예약 조건은 넓은 객실 두 개와 한라산 등반 시 차량 운행이었다.
기름값까지 포함한 2박에 총 48만 원.
도착 하루 전날 전화가 왔다.
공항에 픽업되냐고 물어 오는데.
' 뭐지, 이 느낌은...?'
그리고 또 하나 부탁이 있단다.
동호회원 중에 이번에 은퇴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을 위해 맛있는 케이크를 준비해 달란다.
꼭 맛있는 걸로!
(맛있는 기준이 짜고 시큼한 거면 어쩌려고... 쩝)
('으음...')
그리고 그날 늦게 도착하니 저녁밥을
먹을 수 있게 숙소 근처 밥집을 예약해 달란다.
'이 정도면 여행사 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손님 응대 및 숙소 운영 노하우를 전혀 모르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어쩌겠는가?
첫 손님 기분 좋게 해야 행운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기대에 "NO" 도 못하고.
두둥!
당일이 되었다.
남편은 공항 픽업 전 시내에서 케이크를 산다고 일찍 나섰다.
그리고 한참 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행기가 연착돼서 늦는다고 예약한 식당에 전화하란다.
밤 8시가 마지막 주문인데 9시가 훌쩍 넘어 도착한 식당,
남편은 연신 주인에게 미안하다고 고개 조아리고.
그 와중에 눈치 없이 그들은
케이크에 초 켜고 좋다고 피티를 하더란다.
여기서 또!
새벽에 한라산을 가니 도시락을 맞춰달란다.
"헉!"
당장 내일 새벽에 한라산 가는 팀이니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업체 여기저기 전화하니 너무 늦어서 안된다고.
"나라도 김밥 말아볼까?"
"사람들 굶길 일 있냐? 아서라"
하는 수 없이 여기저기 다시 전화하는데
다행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화한 업체에서 새벽 5시에 오면
다른 단체 손님 거 미리 빼놓을 테니 가져가란다.
' 이건 정말 전쟁 같은 하루다...!'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난 남편은 안개 자욱한 길을 가르며
시내에 가서 도시락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새벽 6시 반에 손님들을 싣고 한라산으로 출발!
한라산 주차장 휴게실에서 오후 4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집에 온 남편.
오후 3시가 돼서 성판악으로 출발하려는데 병원 좀 예약해 달란다.
"병원요?!"
내려오다가 한 분이 발을 삐끗했다고.
하산도 예상보다 2시간을 훌쩍 넘기고, 그 후 다친 분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다른 분들은 흑돼지 식당으로 안내해 달라서 해서 다시 식당으로 운행.
그나저나 남편은 8시 반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식당에서 나오더니 등반 후라 사우나 가고 싶다고 하더란다.
'헉!!'
황당한 나머지 화도 나지 않더라는 남편은 그들에게 차키를 주며 사우나 위치를 말해주고
택시 타고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이른 비행기라 일찍 나서는데
맛있는 전복죽 집 안내해 달란다.
(헉! 이 정도면 봉사 맛집 인증 받아야된다.)
그 시각에 문 연 식당이 없어 한참을 찾아다니다 한 곳을 발견,
다행히 제일 맛이 없는 식당이었다고 ㅎ
그들은 맛있다고 잘 먹더란다.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그들이 남편에게 남긴 이 한마디.
"담에 또 올게요!"
에고 에고고!
그 말은 진심, 반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