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소양강 처녀는 모르지?

by 청비

자전거에 사람 셋, 자전거 세대를 싣고 남양주 양수리를 향해 출발했다. 주말이었지만, 시간대를 잘 만난 덕분에 뻥 뚫린 도로를 달렸다. 차를 타고 장거리를 떠날 때 한산한 도로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하늘은 맑고 푸르며 구름은 덧없이 흘러간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이 순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자전거에 오른다.


양수리 셋터 삼거리 인증센터를 향해 go! go! go!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 보면 아스팔트 길, 시멘트길, 맨땅, 데크길 등 여러 가지 길을 만나게 된다. 아스팔트 길은 자전거 바퀴가 쭉쭉 부드럽게 잘 나아가지만, 태양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길도 사람처럼 제 각각의 성격을 드러내며 우리와 마주한다. 길이나 사람이나 장점과 단점이 뒤섞여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드러낸다.

나는 어떤 결의 사람일까?

맨땅처럼 무르지만 흡입력이 좋은 사람? 시멘트길처럼 거칠지만 단단한 사람? 데크길처럼 멋스럽지만 요란스러운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와중에도 이런 잡다한 생각이 한 마리 개구리처럼 머리속을 뛰어다닌다.

'아들, 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묵묵히 달리는 아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지만, 그 생각을 읽을수는 없다.

타인의 생각을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으로 알아차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냥 네가 이 순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지금 순풍처럼 흘러가는 네가 고맙다.

나는 네가 힘들고 지칠 때 잠시 마음을 널어 놓을 수 있는 의자가 되고 싶다. 나는 네가 큰 강을 건너지 못할 때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네가 있는 모든 곳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잔잔한 바람이고 싶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처럼 평생 물속에 몸을 담근채 사는 운명이 바로 부모가 아닐까?

어느덧 셋터 삼거리 인증센터에 도착해 인증도장을 꾸욱~~~~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는 시간이다.

매번 주말마다 잘 따라 나서는 아이 또한 대견스럽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하기로 하고, 널부러지기로 한다.

아무렇게나 편한데로의 널부러짐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경강교 인증센터에서 인증도장을 꾹~~ 찍는 남편

산과 들로 이루어진 풍경이 익숙하다 못해 친근하다. 뒤늦게 자라난 풀냄새가 은은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지만 어린시절 봐오던 풍경과는 사뭇 감회가 다르다. 세월과 함께 농익은 것은 나의 육체뿐만이 아닌듯 하다.

자연과 문명의 만남! 인위적인 빛이지만 그 또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한컷 찍자고 했더니 뒷모습을 내민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리~ 어떤 모습도 다 너인걸~~

북한강 자전거길의 풍경

북한강 자전거길은 가는 곳곳마다 한폭의 그림이 된다. 소재는 자연이지만 주제는 보는 이의 시각에 맡긴다.

신매대교 인증센터에 다다르자 많은 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각자의 손에 생수병이나 물티슈가 들려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동호회 사람들이 라이딩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홀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때로는 그 자유로움과 용기가 부럽다.

자라섬 인근, 가을의 정취에 흠뻑 매료된 우리는 연신 즐거운 미소를 흘린다. 아주 옅은 아이의 미소에서 편한함이 느껴진다.

소양강~~ 처녀~~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는 순간 트로트 가사가 떠오르는 건 옛날 사람이라는 거겠지? 그 순간 어디선가 소양강 처녀 노래가 흘러 나온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옛날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들은 이 노래에 전혀 감흥이 없다.

'소양강 처녀'라는 노래는 처음이지?

하긴 악동 뮤지션이나 볼빨간 사춘기 같은 뮤지션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네가 이 노래에 동요될리가 없겠지.

악동 뮤지션이나 볼빨간 사춘기같은 뮤지션들의 노래는 나도 좋아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라 일부러 찾아서 들어보았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없던 감성도 스르르 피어나는 느낌이 든다.

처음 본 춘천역에서 인증샷! 생각보다 한산한 풍경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시대가 변할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질수록 세상은 점점 낭만을 잃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본가가 춘천인 남편 지인의 대접으로 닭갈비 식당을 갔다. 식당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빨간 반짝이 드레스를 입은 사장님이 반겨주신다. 춘천에서 '닭갈비 공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

화려하게 반짝이는 드레스와 그에 어울리는 화장법과 헤어스타일을 보니 사장님의 확고한 컨셉이 느껴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된 이유는 춘천 닭갈비다운 맛!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었다.

화려한 의상은 부수적인 컨셉이고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맛집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건 진리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마장 휴게소에 들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씩 흡입한다.

늦은 시각 우리의 허기와 마음을 달래준다.


양수리- 청평- 가평- 춘천을 거치면서 레포츠의 도시답게 수상스키, ATV,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 트이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자전거 여행은 짠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최고급 음식이다.

아들,다음주엔 어떤 음식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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