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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Jul 28. 2022

심야식당: 토마토절임

이기적인 요리, 나를 위한 요리

아기가 장염에 걸린지 4일째다. 밤새 설사를 할까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쏟아지는 이불, 옷 빨래와 아기의 투정. 처음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기운이 없어 축 쳐져 잠만 자더니, 조금 나아서는 다시 신생아로 돌아간건지 뭐든 다 싫고 안아만 달라한다. 아기가 불쌍하고 안쓰러운데 솔직히 힘들다.


남편은 왜이리 손발이 안 맞을까, 뭐하나 딱딱 맞추지 못해서 또 설명, 그러다 그냥 줘봐 내가 할게. 아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안 들을거면 잘 하든가, 못하면 말을 듣든가. 하나만 해! 월말이라 여기저기 나가는 돈은 또 왜 이렇게 많은건지.


휴. 정말 우울하다.


남편이랑 아들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시댁에서 잔뜩 올려보내신 방울 토마토를 본다.


하 어머니….


몸이 힘드니 고마움보다 이걸 언제 다 먹나 하는 생각 뿐이다. 그래서 생각난 토마토절임.


나는 장아찌를 좋아한다. 특히 여름에 입맛없을 때 차가운 물에 말은 밥에 올려먹는 장아찌야말로 정말 열 반찬 안 부러울 정도로 맛있다.


방울토마토도 많겠다, 향긋하고 달달한 토마토 절임(장아찌?)을 만들고선 하나씩 꺼내먹으며 이 우울한 기분을 달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서. 이 새벽에 토마토를 삶고 있다.



토마토에 칼집을 낸 후에 물에다 살짝 데쳐주면. 방울 토마토껍질을 제거하기 쉽다. 여기서 팁은 골고루 잘 데치는 것! 성질이 급해 대충 후다닥했는데 어떤 건 너무 껍질이 안 벗겨져 결국 토마토가 뭉개져버렸다ㅠ


그 후엔 유리용기에 담아(아님 예쁜 절임용 통에 담아도 좋고) 매실액과 설탕, 레몬청을 섞어준다. 기호에 따라 바질이나 로즈마리 같은 허브를 넣어도 좋다.


보통은 매실액만 넣든 레몬청만 넣든 하는데. 이상하게 내가 가진 매실액은 초록매실처럼 달짝한 느낌이 아니라 좀 알콜스럽게 쏘는 향이 있어서 설탕이랑 레몬청이랑 섞어주었고, 마침 레몬이 없어서 레몬청의 레몬으로 대신하였다.



완성!


어떤 사람은 다른 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 때문에 요리를 한다고 하는데,  경우엔 내가 맛있게 먹고 싶어 요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리를  즐기지도 않는데 이렇게 괜히 답답할 , 혹은 여러가지  때문에 제대로 끼니를  챙겨먹을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남들  자는 고요한 새벽에 나를 위해 만드는 요리.


내일은 아기때문에 정신 없어도 나를 위해 한번은 제대로 된 밥을 먹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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