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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Nov 21. 2022

나의 수면교육 실패기

나도 해봤다. 하지만 항상 이상과 현실은 다르지...(긴글주의)

아기가 있는 모든 집, 아기를 낳으려는 모든 집의 관심사 중 가장 첫 번째가 있다면

바로 수면교육일 것이다.


임신 중일 때부터 수면교육에 대해 하도 많이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해서 나는 아기를 낳기만 하면 재우는 법부터 가르칠 것이다!! 선언했고, 어린 아기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는 주변인들의 말에 삐뽀삐뽀 소아과 외 수많은 아기 전문가들 + 유튜브까지 동원해 모두에게 수면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친정엄마는 어디 그게 되나 보자 하며 혀를 차셨지만, 나는 모두들 두고 보라며 큰 소리를 쳤다.


첫 시도는 생후 60일.


50일만 되어도 수면교육을 해야 한다는 삐뽀삐뽀 소아과 책을 보고 나는 마음이 굉장히 조급해졌다. 우리가 너무 늦게 시작하는 것 아니냐며 남편을 닦달했고, 아기가 너무 어린것 같다고 망설이는 남편을 설득하여 수면교육을 시도해보았다.(물론 우리는 그전에 낮밤 구분을 해주었고 아기의 패턴은 이미 파악해놓고 있었다, 수면교육이 처음이라면 아기가 어릴 때 이것부터 해두는 것이 좋다)


수면 교육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가장 매정하고 단호한 방법이 그냥 울리기(절멸법). 거기에 약간 절충법인 퍼버법(시간 차를 두어 우는 아기를 달래러 늦게 가기), 안눕법(안아주며 눕히기) 등이 있는데, 너무나 어린 아기를 계속 울리는 것이 마음 아파 나는 안눕법을 해보기로 하고 수면교육을 시작하였다.


안눕법은 아기를 내려놓고, 울면 잠깐 안아주다 내려놓았다 하기를 반복하며 아기가 혼자 잠들기를 연습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아기는 정말 귀신같이 안아주면 울음을 그쳤다 내려놓으면 울었다.


아기가 울면 아기보다 더 크게 백색소음을 내라는 소리가 있어서, 아기가 울 때 쉬~~~~소리를 더 크게 내거나 어떤 블로그에서 자기는 아~~~~하고 소리를 냈다 해서 나도 아~~~~하고 소리를 냈지만 내 경우에는 조금 조용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나보다 더 크게 울어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아기가 예방주사를 맞았고, 컨디션이 안 좋아 새벽에 울며 보채는 이 어린 아기에게 수면교육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보채는 아기를 토닥여주고, 안아 주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게 시간이 더 많이 걸려서 아기의 수면을 더 방해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생후 두 달된 아기에게 이런 교육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 마음이 약해졌고. 수면교육 첫 시도는 흐지부지되었다.  


두 번째 시도: 100일이 조금 지난 무렵.


우리 아기는 조금 일찍 100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80일 즈음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해서 사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는데. 이 기세를 몰아 수면교육도 해보자 했고, 나는 무조건 울리는 건 너무 잔인하다 싶어서 또 똑같이 안눕법을 택했다. 물론 이번에는 안아주다가 조금 잠이 들락말락할 때 내려놓고 백색소음을 내보았다. 이번에는 백색소음을 제대로 내보자 해서 유튜브에서 별의별 소리를 다 찾아본 것 같다.


처음엔 물론 안 되었지만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어느 날엔 진짜 10분 컷으로 잠이 들었다. 아기를 안아주다 내려놓고 천둥소리 같은걸 들려주면 조금 낑낑하다가 잠이 들었다. 와 되는구나! 신기했다. 물론 일정하진 않았다.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기가 잠을 자다니!!! 아기야 사랑한다!!! 고마워!!! 혼자 잘 자는 날에는 진짜 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고 싶었다.


우리 아기가 혼자 잠을 잡니다아아아!!!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단두와 사두, 모두 심했던 아기가 교정 헬멧을 쓰기 시작하면서 수면교육이 무색해졌다. 두상교정헬멧은 밤새 써야 했는데 이걸 쓰면 머리에 열이 오르고 땀이 차서 아기가 새벽마다 깼다. 새벽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고통스럽게 우는 아기에게 더 이상 수면 교육을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아기가 너무 불쌍해서… 싫다고 해도 안아주고 싶었다. 아기의 땀을 닦아주면서 나도 울었다. 100일의 기적은 나에게 진짜 찰나였다. 그렇게 두 번째 수면교육도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 7개월 


하.. 애증의 교정 헬멧.. 이 이야기는 언제 시간 내서 쓰겠지만, 암튼 고난의 교정 헬멧 기간이 끝났고 수면교육이 내 뇌리에서 잊힐 즈음. 새벽 수유를 하는데 갑자기 너무 화가 나는 것이었다. 하. 7개월 동안 잠다운 잠을 못 잤다, 언제까지 새벽에 우유를 줘야 하나...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덮어두었던 책을 찾아보고 새벽 수유를 중단하자 생각했고 동시에 수면교육도 하자 결심했다. 남편에게 협조를 부탁해놓았고, 망설이는 남편에게 다시 하정훈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여줬다(남편은 항상 아이 문제에 있어서 마음이 약하다...). 사실 7개월이면 늦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지배적이라, 남편도 약간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그래 이제 새벽 수유도 없애고 수면교육도 해보자 했다.


첫날. 아기가 분명 졸려했고, 조금 안아주다 내려놓았는데 귀신같이 깼다. 안아주다 눕히다를 반복하다가 차라리 울려보자 싶어서 방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미친 듯이 울었다. 7개월이 되니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소리울림이 달랐다. 가뜩이나 층간소음으로 예민한 아파트인데.... 그래도 약해지면 안 돼. 그렇게 10분을 기다리는데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기는 정말 심하게 울었고, 5분 기다리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남편이 말려서 10분을 놔두는데 정말 한 시간 기다린 거 같았다. 10분이 되자마자 방으로 뛰어들어가 안아줬지만 조금 그치는 것 같아 내려놓으면 또 울고, 그렇게 10분, 15분 기다렸지만 아기는 계속 울었다.... 예전엔 수면교육을 못하는 게 엄마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겪으니… 내 아기가 그렇게 처절하게 우는데 가만히 있는 엄마가 대단한 거였다. 나름 단호하다 생각한 나도 아이 울음을 견디기란 너무너무 괴로웠다.


그렇게 1시간이 훌쩍 지났고 달래서 내려놓으면 또 울고, 또 울고,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되었다. 애는 목이 쉬었고 나는 자꾸 나를 말리는 남편에게 화가 잔뜩 났다(아니 남편 놈은 왜 이리 단호해?). 아기의 승리였다. 엄마는 끈기라곤 없는데... 넌 왜 이리 끈기 있니.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다. 다시는 울리지 말자. 울다 지쳐 잠든 아기를 보면서 이게 뭔 짓인가 나는 정말 최악의 부모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밤새 죄책감에 시달렸다.


다음날이 되자, 나는 못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엔 남편이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아기를 울릴 순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를 뒤졌다. 그러다 아기랑 같이 누워서 잠을 자면서 재우는 방법을 보았다. 그래, 안아주는 게 문제라면 안지 말고 잘 때까지 같이 있어주면 되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아기를 토닥토닥하면서 같이 누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아기는 자기를 안아주지 않는 엄마 아빠를 이상하게 쳐다보고는 잠을 자지 않고 뒤집기 되집기를 반복했다. 쉬이이~~백색소음을 내면서 등을 토닥토닥해주고 잘못 뒤집어서 끼인 팔을 빼주면서 누웠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잠이 오는지 이이이잉 보챌 준비를 했다. 조금 안아주다 내려놓고, 또다시 토닥토닥 해주었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니 아기가 스르르 혼자 잠이 들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동지애를 다졌다. 포기하지 않은 남편과 열심히 수면교육법을 검색한 나 자신 칭찬해!!!


그 후에 계속 아이를 재울 때 먼저 수면 의식을 한 후, 부부가 시체놀이를 하며 아이를 재웠다. 아기가 잠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기도 했고, 우리도 걍 누워있기만 하면 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쉴 수도 있어 좋았다. 최대 30분만 투자하면 아기가 편안하게 잠이 들었고 밤중 수유도 끊었고(이건 안 주기 시작하니까 안 먹어서 쉽게 끊었다), 우리의 삶의 질이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이앓이 때문에 자지러지게 울었지만…. 이앓이 캔디와 쪽쪽이 조합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의 시간은 잠시였다.


네 번째 시도: 14개월 (진행 중…)


내 아기는 대근육 발달이 좀 느렸다. 그래서 서서 잡기도 10개월부터인가(좀 지났다고 가물가물ㅠㅠ)했고 네발기기도 늦은 편이었다. 그래서 8-10개월까지는 나름 수면교육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기가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다시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다.


서서 잡을 수 있기 시작한 다음부터 시체놀이가 종종 안 통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워있으면 범퍼침대를 막 잡고 일어나다 넘어지고. 내 눈을 찌르고! 갑자기 내 위로 떨어지는 기행을 일삼더니. 11개월에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어 그냥 엄마 말이란 말은 하나도 안 듣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이 누워있으면 보란 듯이 범퍼 밖으로 나가(다칠까 봐 한쪽 면 개방) 구석에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손이 끼이고. 안 그럼 매트 안 깔아놓은 쪽으로 점프를 시도해서 머리를 바닥에 찧거나 해서 ㅠㅠ아기가 다칠 까 봐 항시 눈을 뜨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 또 같이 놀자는 줄 알고 계속 장난치고 웃고 돌아다니기 시작해 잠들기까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였다.


와. 잠을 자야 밥도 먹고 티비도 보는데. 불은 다 꺼놨는데 자꾸 장난만 치는 애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수면교육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어서. 무작정 애를 안았다. 그러면 한 시간 동안 장난치는 게 한 40분 정도로 줄어든다. 그래서 그렇게 다시 수면교육이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시중에 나온 방법들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냥 울리면 이젠 몇 시간을 울지 감도 안 오고. 이젠 문 열고 걸어 나올 판인데다가ㅠㅠㅠㅠ(수면 의식 아직도 하고 있는데 이젠 자는 걸 알아서 동화책을 계속 읽어달라함….평소에 책도 안 보는 녀석이ㅠㅠ)

안아주면 자긴 하는데 이제 너무 무거워져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더 힘든 건 잘 땐 왜 엄마만 찾니….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해봐 내 손목… 날아가잖아ㅠㅜ

거기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져서 장난치는 애를 잡아다 침대에 눕히면 그날은 자지러지는 날이다. 으악하며 발버둥을 치며 울다가 13개월 차엔 그게 너무 분이 안 풀리는지 나가서 놀자 해도 안 놀고 기분이 상해서 안아줘도 울고, 내려놓아도 울고 와….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그래서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고. 초반 몇 개월 동안은 그나마 수월했던 안아주기를 다시 하다가…. 도저히 내가 버틸 수 없어서 그만두고. 시체놀이 ver2를 하고 있다.


일단 수면 의식 후에도 놀고 싶어 하면 불을 끈 채로 놀게 해 주고(안 그러면 난리 나니까ㅠㅠ) 대신 자는 방에서 나가거나 다치지 않게 쳐다만 보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꾸 손을 잡아끌면서 반응을 유도하는데 계속 모른 척을 하고 우린 눕는다. 아기는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노는데, 기운이 빠지면 엄마 옆에 와서 잠이 든다. 단점은 시간이 꽤 걸리고 낮잠을 조금이라도 자면 그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결론은 나도 아직까지 수면교육이 안 됐다는 점이다.


시중에 떠도는 잘 자~하면 알아서 잔다는 그런 천상계의 아이들은 뉘 집 자식들인지 궁금하지만 이번 생에 난 망한 걸로ㅠㅠ유튜버 애들은 거의 그러던데 그래서 유튭을 하는 거겠지ㅠㅠㅠㅠ이래서 내가 유튭을 못하나.


암튼 수면교육은 어릴 때 빨리빨리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돌아보니 교정 헬멧만 아니었어도 수면이 잘 잡혔을텐데ㅠㅠ동그란 두상을 얻은 대신 수면을 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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